‘극지의 시’ 등 세 권의 시론집 펴낸 이성복 시인
시론집 세 권에 시에 대한 다채로운 비유와 뜨거운 사랑을 담은 이성복 시인. 그는 “시에 대한 공부는 자기 안을 끝까지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그는 계명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강단에서 30여 년 시를 가르치다 퇴임했다. 시론집 3권은 그의 시 창작 수업을 옮겨놓은 것이다. 형식이 다채롭다. ‘극지의 시’는 산문집, ‘불화하는 말들’은 시 형식, ‘무한화서’는 아포리즘이다. 제목부터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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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 시인의 시 창작 강의를 옮긴 시론집 세 권. 문학과지성사 제공
이성복 시인은 말솜씨가 유려하다. 사례와 비유가 화려하거니와 다정한 말투에 묵직한 메시지를 담아, 한참 지나서야 무게감이 느껴지기 일쑤다. 구어로 된 그의 강연이 책으로 엮어 나온 건 녹취와 노트 정리 등 학생들의 도움이 컸다. 입말이 바탕이 된 책이어서 술술 읽힌다.
시집 ‘남해금산’ ‘그 여름의 끝’에서 섬세한 언어로 사랑과 슬픔의 근원을 탐색한 시인의 시 철학을 헤아릴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시는 대단한 게 아니에요. 그냥 식당에서 나올 때 뒷사람 구두를 돌려놓아 주는 거예요. 시는 미운 데서 예쁜 데로 조금 옮기는 거예요.’ ‘시는 틈새 만들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에요. 우리는 시가 만든 틈새만큼 옮길 수 있어요.’ 간담회 자리에선 또 이렇게도 비유했다. “문학이라는 게 축구로 치면 동점 상황에서 벌이는 승부차기 장면 같은 게 아닐까. 우리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스크럼을 짜는 일 말이다.”
“‘강의록’이라고 하려니 한 수 내려보는 느낌이 들어 불편했고, ‘마지막 수업’이라고 하려니 너무 비장해 보였다. ‘시론’이라고 달아 놓으니 편안해지더라.” 세 권을 ‘이성복 시론’으로 묶은 것을 설명하면서 시인은 저자 약력과 저서 목록에 대한 사연도 들려줬다. 20여 권의 시집과 산문집 등을 낸 시인이지만 시론집의 앞 장 약력엔 시집 한 권, 산문집 한 권만 적혀 있다. 맨 뒷장에야 책 목록이 작은 글씨로 적혀 있다. “저자 약력에 저서를 이것저것 나열하는 건 마뜩잖고 해서… 그래도 내 책이 뭐가 나왔는지 궁금한 독자는 돋보기 들고 찾아봤으면 해서 실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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