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동해 문명사/주강현 지음/730쪽·4만 원·돌베개 ‘환동해 문명사’를 펴낸 주강현 교수
동해 주변 각국의 문명사를 망라한 역작을 낸 주강현 교수. 주강현 교수 제공
‘적도의 침묵’ ‘제국의 바다 식민의 바다’ ‘돌살-신이 내린 황금그물’을 비롯해 바다에 대한 ‘두꺼운’ 책을 써온 해양문명사학자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장·60)가 또다시 역작을 펴냈다. 민속학 인류학 역사학 고고학 해양학 국제정치학을 넘나들며 동해를 둘러싼 ‘환(環)동해’ 지역의 문명사를 그려냈다. 3일 만난 주 교수는 “수평선을 보는 방법과 지평선을 보는 방법은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1019년 일본 쓰시마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적선 50여 척이 침입해 각지를 약탈한 뒤 이키 섬과 규슈 하카타 지역까지 공격하고 홀연히 사라진다. 뒤늦게 파악된 이들의 정체는 오늘날 연해주 일대에 살았던 동북 여진족이었다. 이들은 울릉도를 들이친 뒤 일본까지 공격한 것이다. 주 교수는 “그들은 발해와 일본이 교류했던 항로를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동해는 오래전부터 고요한 변방이 아니라 역동적인 사건이 벌어졌던 곳”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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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 낮은’ 질문일 수 있지만 환동해 문명 연구의 쓸모를 물었다. “최근 열리고 있는 북극항로의 예를 들어볼게요. 북극항로가 경유하는 러시아 캄차카 반도의 소수민족들은 자원 개발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자결권을 요구하고 있어요. 우리가 북극항로를 개척하면서 부닥칠 문제를 풀려면 소수민족과 해양 교류의 역사를 이해해야 합니다.”
주 교수는 앞으로 한국부터 아프리카를 거쳐 유럽까지 바닷길로 이어진 해상 실크로드에 관한 책을 펴낼 계획이라고 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도 육로와 바닷길 양쪽에서 고려할 수 있습니다. 남북 철도 연결도 중요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지요. 한국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대양에 대한 전망을 갖고 시야를 베링 해 너머까지 확장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