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결제는 세무서 제출용 가짜 장부에 기입하고… 고소득 자영업자 소득 탈루 실태 10%할인 미끼 현금결제 유도… 자영업자 탈세규모 11조원 추정
국세청이 이런 식으로 잡아낸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소득 탈루액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었다. 소득 탈루의 상당 부분은 현금 거래에서 발생한다. 최근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은 돌잔치 전문점 사장 B 씨는 손님들이 대금 결제의 대부분을 돌잔치 당일에 받은 축의금으로 한다는 점을 악용했다. 손님들에게 ‘10% 할인’을 조건으로 현금 결제를 유도하고, 이렇게 받은 현금 수입을 부인의 계좌에 넣고 굴리며 소득을 탈루했다. 세무조사 결과 B 씨는 자녀에게 아파트, 주식 등 20억 원 가까운 자산을 주면서 증여세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는 한류(韓流) 열풍을 타고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을 노려 탈세를 시도하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피부과 의사 C 씨는 중국, 베트남의 관광객 모집업자를 통해 외국인 환자를 유치했다. 병원비는 C 씨가 국내에 세운 알선 연결업체에 해외 모집업체가 직접 입금하는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받았다. 이 사실이 드러나 C 씨는 소득 탈루에 따른 세금, 가산세는 물론이고 현금영수증 미발급 과태료까지 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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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세무당국이 적발한 탈루 소득은 1조 원이지만 실제로 자영업자들이 숨긴 소득은 훨씬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해 2월 내놓은 ‘자영업자의 소득 탈루율 및 탈세 규모’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들은 소득 탈루를 통해 1인당 평균 207만 원의 소득세를 내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 2013년 기준 국내 자영업자 수가 565만 명인 걸 감안하면 이들의 소득세 탈세 규모는 11조6900억 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정지선 서울시립대 교수(세무학)는 “신용카드 사용 및 현금영수증 발급이 보편화되면서 자영업자 소득이 노출되고 있지만 고액 결제가 많은 업종에서는 현금 할인을 미끼로 탈세를 시도하는 사례가 여전하다”며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검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