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中전승절 참석]열병식 성루 자리배치의 정치학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기념식에서 톈안먼 성루에 오른 박근혜 대통령이 열병식을 보고 있다. 왼쪽 옆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국가주석이 서 있다.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는 시 주석을 기준으로 오른쪽 끝에 서 있다. 베이징=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한-중-러 세 정상이 성루 중심에 나란히 선 것 자체가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
반면 중국의 전통적 혈맹인 북한 대표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시 주석을 기준으로 성루 오른쪽 맨 끝에 자리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에는 그의 모습이 비치지도 않았다. 60여 년 전 김일성 북한 주석이 마오쩌둥(毛澤東) 주석과 성루에 나란히 서서 열병식을 지켜보던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단체 기념사진을 찍은 후 성루로 이동할 때에는 시 주석 왼쪽에서 시 주석 및 다른 정상들과 나란히 계단을 올랐다. 시 주석 오른쪽에는 푸틴 대통령이 섰다.
성루에 오르자 위치가 또 바뀌었다. 당초 시 주석을 가운데 두고 좌우로 박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설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톈안먼 광장을 바라보는 시 주석 왼쪽으로 중국 측 고위 인사들이 자리했고 박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시 주석과 나란히 선 것이다. 전날 시 주석 내외가 주최한 환영 만찬 때와 마찬가지로 시 주석, 푸틴 대통령, 박 대통령 순으로 배치가 이뤄졌다. 박 대통령은 행사장에 입장하기 전 시 주석 내외의 영접을 받을 때 악수만 하고 기념촬영을 한 다른 정상들과 달리, 환한 웃음으로 내외와 간단한 대화를 나눈 것은 물론 성루에 오른 후에도 시 주석의 자리 안내를 받는 등 특별한 예우가 느껴졌다.
박 대통령 위치가 계속 바뀐 것도 중국이 박 대통령에게 각별한 예우를 하면서도 전통적 우방국인 러시아와의 관계를 같이 고려한 결과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 주석이 올 5월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전승절 70주년 행사에 참석했을 때에도 푸틴 대통령 옆에 섰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자리를 내준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푸틴 대통령은 가장 좋은 좌석에 앉아 군사 퍼레이드를 지켜보았다. TV 화면에는 이따금 시 주석에게 가까이 다가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비쳤다. 중-러의 전략적 경제적 협력 관계가 ‘역사적으로 최고 밀월기’에 달했음을 세계에 과시하는 것으로 읽혀졌다.
이 외에도 리커창(李克强) 총리,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대 상무위원장,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위원회 서기, 류윈산(劉雲山) 중앙서기처 서기, 위정성(兪正聲) 정협 주석, 장가오리(張高麗) 상무부총리 등 상무위원급 최고지도부와 마카이(馬凱) 부총리, 궈진룽(郭金龍) 베이징시 서기, 한정(韓正) 상하이시 서기 등 정치국원들도 참석했다.
중병설이 나돌았던 리펑(李鵬) 전 총리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는데 몸을 가누는 데 힘겨워 보이기도 했다. 보쉰은 그가 강심제 주사를 맞고 가까스로 성루에 올랐으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의료진이 대기했다고 전했다.
펑 여사는 기념사진 촬영만 하고 성루에 오르지 않았는데 과거 14차례 중국 열병식에서 최고지도자 부인이 함께 성루에 오른 전례가 없어 빠진 것으로 관측된다.
:: 톈안먼 성루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