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모습 찍힌줄 모른 거울속 ‘몰카女’… 사실 안 부친이 때리자 신고했다 덜미
지난해 7월 16일 최모 씨(26·여)는 수도권의 한 워터파크를 찾았다. 수요일이었지만 여름방학을 맞아 젊은 대학생들이 많았다. 일행도 없이 혼자 온 최 씨는 소셜커머스에서 구입한 티켓을 내고 탈의실로 향했다. 그러나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뒤에도 최 씨는 물속에 들어가지 않았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 탈의실과 샤워장을 오갈 뿐이었다. 그때마다 두 손으로 스마트폰을 들고 한참을 서 있었다. 하지만 옷을 갈아입거나 샤워 중인 여성들은 최 씨를 의식하지 못했다. 그저 인터넷을 검색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최 씨가 들고 있던 스마트폰 케이스에는 초소형 몰래카메라가 달려 있었다. 대만제 49만 원짜리 몰카였다. 그는 이 몰카를 들고 여성 수십 명의 알몸을 찍었다. 여성들의 얼굴까지 그대로 몰카에 담겼다. 최 씨의 몰카 행각은 다른 워터파크에서도 벌어졌다. 그는 지난해 8월 7일까지 경기와 강원 지역 워터파크와 수영장 3곳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영상을 찍었다. 직원이나 이용객에게 발각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는 이렇게 찍은 영상을 한 남성에게 건넸다.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 된 남성이었다. 이 남성은 “한 건당 100만 원을 주겠다”며 몰카 촬영을 제안했다.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일하다 그만둬 생활비가 모자랐던 최 씨는 이를 수락한 뒤 휴대전화 케이스형 몰카를 건네받았다. 최 씨가 찍은 영상의 분량은 확인된 것만 최소 185분. 그는 영상을 남성에게 건네고 건당 30만∼60만 원씩을 받았다. 그러나 받은 돈의 총액도, 돈을 준 남성의 신원도 기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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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수개월 전부터 인터넷에선 ‘워터파크 몰카’ 영상이 암암리에 나돌고 있었다. 그러다 이달 중순 동영상이 급속히 확산되자 경찰의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이 주목한 것도 동영상에 담긴 ‘거울 속 여성’이었다. 경찰은 올해 1월 경기 고양시에 사는 한 여성의 피해 신고를 바탕으로 촬영 시기를 지난해 7월로 특정했다. 이어 소셜커머스 티켓 구입 명세, 워터파크 신용카드 사용 명세, 휴대전화 통화 기록 등을 조회한 끝에 25일 공통적으로 이름이 나온 최 씨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경찰은 최 씨를 출국금지 조치하고 이날 오후 전남 곡성에 있는 최 씨 아버지(57) 집 근처에서 잠복을 시작했다. 마침 최 씨는 경찰 수사를 피해 아버지 집에 있었다. 공교롭게 이날 최 씨 아버지는 친척에게서 몰카 촬영자가 딸이라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아버지로부터 꾸지람과 함께 폭행을 당한 최 씨는 경찰에 ‘가정폭력’으로 신고했고 지구대 조사까지 받았다. 이 과정에서 최 씨의 범행 사실을 전해 들은 지구대 측은 사건을 담당하는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로 연락했다. 최 씨의 체포영장 발부를 기다리며 잠복 중이던 경찰은 지구대에서 나오던 최 씨를 붙잡았다. 최 씨는 “아버지와 친척들로부터 얼마간의 빚을 지고 있었고 지난해 생활비가 부족하던 차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27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최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또 범행을 사주한 채팅 남성을 확인하기 위해 두 사람의 대화 내용 등을 확인 중이다.
용인=남경현 bibulus@donga.com / 곡성=이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