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인턴십 허브-환경공단 공동 ‘화학물질 관리 인력 양성’ 교실 현장
13일 충남 아산시 호서대 안정성평가센터에서 윤성규 환경부 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청년인턴들과 함께 중크롬산칼륨의 독성실험을 하고 있다. 화학물질의 농도를 각각 다르게 한 수조 안에 실험용 어류를 넣고 반응 속도와 영향 등을 살피는 실험이다. 아산=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자, 먼저 수조에 이걸 풀어서 잘 저어준 뒤… 이제 제브라피시(zebrafish)를 넣어보겠습니다.”
조교의 지시에 따라 농도를 다르게 한 5개의 커다란 수조 속으로 실험용 열대어 10여 마리가 풀렸다. 레몬색 물속에서 물고기들의 움직임이 순간 느려지는 듯했다. 가장 농도를 짙게 한 수조(L당 200mg)에서는 96시간 내 모두 죽는다고 했다. “독성 때문에 아가미에 출혈이 생기고 옆으로 눕거나 아예 거꾸로 헤엄을 치는 경우도 있다”는 조교의 설명에 “아∼하” 소리들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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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충남 아산시 호서대 도서관에서 윤성규 환경부 장관(오른쪽)이 청년인턴 17명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산=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이날 실험은 동아일보 ‘인턴십 허브’와 환경부가 함께 진행하는 ‘화학물질 관리 인력 양성 사업’ 넷째 날 프로그램의 일부다. 인턴들은 화학 환경공학 생명과학 바이오동물 등 분야를 전공한 취업준비생들. 한국생물안전성연구소와 대학 및 기업체 화학물질시험기관(GLP)에서 2, 3개월간 교육을 받은 뒤 관련 기관이나 회사에 지원하게 된다. 환경부가 소비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독성물질 검사를 강화하는 규제를 만들자 관련 검사기관과 기업에서 이 분야의 연구인력 채용에 나섰다.
환경부는 교육 프로그램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취업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정부 부처가 민간 업체들과 함께 ‘청년 일자리 만들기’의 전 과정에 직접 뛰어든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시도다. 학계 연구소 외에 메드빌과 에이비솔루션, 크로엔리서치 같은 민간 업체들이 채용 의사를 밝히며 동참했다.
윤 장관은 이날 독성 실험에 이어 화학물질의 독성을 측정하는 GC분석실과 어류사육실 참관 등 오후 일정을 모두 인턴들과 함께했다. 이후에는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며 청년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환경 분야 일자리 전망을 설명했다.
인턴들의 질문은 “환경 분야에서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일자리 기회가 생기느냐”에 집중됐다. 윤 장관은 “전 세계의 환경시장은 연간 3.7%씩 성장하고 2020년에는 그 시장 규모가 1조20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며 “여러분이 관심을 갖는 화학 분야에서만 새로 2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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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의 관리가 다른 분야 일자리로도 연결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탈리도마이드’라는 약 이야기를 꺼냈다. 1960년대 초 독일의 한 제약회사가 야심 차게 선보였지만 기형아가 잇따르는 부작용 때문에 3년 만에 사장됐던 ‘실패작’이었다는 것. 그러나 이후 다발성골수종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 3억 달러에 이르는 시장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 참가학생 “취업 할 자신 생겼다”
윤 장관은 “우리나라의 환경시장도 다시 팽창시대로 갈 것”이라며 “여러분이 얼마만큼 준비돼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맞춤형 전문성’을 강조했다.
화학 분야 외에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도입된 배출권거래제로 2030년까지 96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란 게 정부 전망치다. △온실가스 감축 컨설팅 △배출권 거래 중개 △탄소금융 서비스 같은 분야의 인력 수요가 늘어나고 온실가스관리기사, 검증심사원 등의 직업군도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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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이동희 씨(35·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졸업)는 “뒤늦게 취업준비에 나섰다가 이 분야를 알게 됐는데 오늘 이야기를 들어보니 환경 분야 일자리도 많을 것 같고 전망도 좋아 보인다. 취업할 자신이 생겼다”며 웃음을 지었다.
아산=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