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간염
신우원 신우원내과 원장
B형 간염은 상당히 복잡한 질병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해서 바로 간에 손상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손상된다 해도 바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바이러스를 보유한지 모른 채 평생 건강하게 살기도 한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가.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바이러스 증식 여부에 따라 ‘활동성’과 ‘비활동성’으로 구분한다. 비활동성 바이러스 보유자는 바이러스가 증식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피검사를 해도 검출되지 않고 간수치도 정상으로 유지된다. 반대로 활동성 보유자의 바이러스는 활발하게 증식을 하며 조금씩 간에 손상을 입힌다. 그렇다면 비활동성 보유자는 안심해도 될까? 아니다. B형 간염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 즉 바이러스가 활동하지 않다가도 활동하고, 활동하다가도 활동하지 않는 것을 반복한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활동성 보유자만 감염환자로 구분했지만, 최근에는 비활동성 보유자도 감염환자로 봐야 한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
B형 간염의 치료 목표는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함으로써 염증을 완화하고 간이 딱딱해지는 것을 막는 데 있다. 즉 간경변증과 간 기능 상실, 간암과 같은 중증 질환으로 진행되는 것을 예방하면서 생존율을 높이기 위함이다. B형 간염 환자가 간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100배 가까이 높다. 또 간암 환자의 70∼80%가 B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심각한 간 질환으로 진행될 비율은 바이러스를 보유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높아진다.
특히 한국인이 많이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의 유전자형이 간경변증과 간암으로의 진행이 빠르고 바이러스 재활성화가 빈번하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장기간 한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효과와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된 약물이 잘 개발돼 있어 의료진의 지시를 잘 따르면 관리가 가능하다. 또 올해 10월 대표적인 B형 간염 치료제에 대한 특허가 만료되면서 추후 약 값이 내려가 경제적 부담도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