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호 9단 ● 박영훈 9단
본선 16강 5국 1보(1∼20)
이창호 9단의 별명 중 하나가 ‘신산’(神算)이다. 탁월한 끝내기 실력에서 비롯됐다. 프로 바둑계에 신산이 또 한 명 있다. 박영훈 9단으로 결코 이 9단이 못지않다는 중론이다. 두 신산이 16강전에서 만났다. 16강전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결이다.
백 10의 붙임에 흑 11의 두 칸 벌림이 요즘 유행 정석이다. 붙였는데 바로 젖히지 않고 웬 두 칸 벌림이냐 싶겠지만 흑 9가 있어 이후 백이 대응이 쉽지 않다.
백 12가 타이밍인데 이 때 흑 13으로 14 자리에 받으면 백의 의도에 말려든다. 흑이 납작하게 눌리게 돼 애써 흑 11로 벌린 의미가 반감되는 것.
그래서 흑 13, 백 14는 서로 기세의 진행. 물론 백 14로 참고 1도처럼 둘 수도 있다. 여기까진 흔한 진행인데 박 9단은 흑 15로 새로운 길을 탐험하기 시작했다. 보통 참고 2도 흑 1로 치받아 둔다. 백 4까지 서로 불만 없는 진행인데 박 9단은 흑 19가 탐났던 모양이다. 백 20까지 신형 정석. 참고 2도와 가장 큰 차이는 흑 11이 백에게 완전히 제압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