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치열한 심해탐사 경쟁
“6000m급 심해 무인 잠수정 ‘해미래’가 6월 동해 탐사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수심 1500m까지 내려가 한반도 해역에서 처음 발견된 말미잘도 채집했어요. 지금은 국내 두 번째 6000m급 심해 무인 로봇이 될 ‘크랩스터 6000(CR6000)’을 설계 중입니다.”
전봉환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최근 부쩍 바빠졌다. ‘크랩스터’는 원래 수심 200m 정도에서 6개의 다리를 이용해 바다 밑바닥에서 움직이는 로봇이자 잠수정이다. 전 연구원은 크랩스터가 수심 6000m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심해 탐사용으로 개조 중이다. 크랩스터 6000이 완성되면 우리나라는 두 번째 6000m급 심해 무인 잠수정을 보유하게 된다.
올해 말 완성되는 한국형 심해 잠수 로봇 ‘크랩스터(CR) 6000’은 6개의 다리로 6000m 해저를 탐사할 계획이다(위 사진). 현재 개발 중인 한국형 유 인잠수정은 연구원 3명을 태우고 수심 6500m까지 들어갈 수 있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제공
세계적으로 심해 탐사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신흥 해양 강국으로 꼽히는 중국은 4월 심해 연구선 ‘장젠(張健)’호를 건조하기 시작했다. 장젠호는 길이 97m, 폭 17.8m의 대형 탐사선이다. 수심 1만1000m까지 탐사할 수 있는 유인 잠수정 ‘레인보 피시’를 싣고 다닐 모선(母船)이다.
우리나라는 틈새 전략을 펼치고 있다. 6000m급 잠수정이 전 세계 해양의 95%를 조사할 수 있는 만큼 크랩스터 6000을 추가로 개발해 6000m급 심해 잠수정 2척을 보유하는 편이 현실적으로 심해 탐사에 더 효과적이다. 이판묵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책임연구원은 “1만 m급 잠수정은 실효성보다는 수압 상쇄 능력, 물의 유입을 차단하는 실링 기술, 초고압을 견뎌 내는 내압 설계 기술 등을 극한까지 구현했다는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 ‘크랩스터 6000’ 바닷속 걷고 헤엄쳐
크랩스터를 6000m 깊이에서 버틸 수 있도록 설계를 변경하는 일은 사실상 심해 로봇을 새로 제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수심 6000m에서는 손톱 위에 승용차 한 대를 올려놓은 것과 비슷한 압력이 생긴다. 연구팀은 높은 수압을 견딜 수 있도록 6개 다리 안쪽에 물을 채워 넣는 공간을 만들고 고압 펌프도 설치하기로 했다. 로봇 내부에 고압으로 물을 채우면 심해의 엄청난 수압을 버틸 수 있다. 이것이 수압상쇄라고 부르는 기술로 심해 로봇에는 필수다.
로봇 관절이 높은 압력을 받아 뻣뻣해지는 만큼 고출력 모터를 설치하고 그에 맞춰 전력 시스템도 변경해야 한다. 부드러운 심해 밑바닥에 로봇이 빠지지 않도록 발 모양도 바꿀 계획이다.
사람이 직접 깊은 바다로 내려가는 유인 잠수정 계획도 진행 중이다. 한국형 유인 심해 잠수정은 전 세계 바다의 98% 이상을 탐사할 수 있는 6500m급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탑승 인원은 3명, 운영 시간은 10시간 안팎으로 동해 어디든 탐사할 수 있다. 전 연구원은 “연말까지 크랩스터 6000의 프로토타입(시제품) 제작을 끝낼 계획”이라며 “2020년경에는 6000m급 무인 잠수정 2척과 6500m급 유인 잠수정 1척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