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지뢰 도발 사건 이후 청와대의 태도를 보면 과연 사안의 심각성을 얼마나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또 위기 대응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5일 경원선 복원 기공식에서 남북협력의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 당시엔 북한의 소행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이에 대한 언론과 정치권의 의혹 제기와 비판을 반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저간의 상황을 살펴보면 청와대의 주장을 수긍하긴 어렵다.
청와대 외교안보 관계자들은 12일 저녁 갑자기 기자실을 찾아 그날 오전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밝힌 지뢰 도발 사건의 청와대 보고 시점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한 장관은 이날 오전엔 “4일 늦게 북한 목함지뢰에 의한 도발 가능성이 청와대에 보고됐다”고 답변했으나 오후엔 “북 소행 추정 보고를 한 것은 5일”이라고 말을 바꿨다. 오전과는 달리 노란색 메모지를 읽으면서 약간 더듬거리듯 답변해 단순히 날짜를 착각한 것이 아니라 청와대 눈치를 보고 정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았다.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 벌어진 북의 도발인데도 국방장관이 대통령에게 직보하지 못한 사실도 이해할 수 없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보고하면 김 실장이 박 대통령에게 전하게 되는데, 김 실장도 대통령을 대면하지 못하고 전화나 문서로 보고했다니 제때 제대로 보고했는지 의문이다.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 때도 대통령이 첫 보고를 언제 받았는지, 왜 대면 보고를 안 받는지가 문제가 됐는데도 달라진 게 없는 것도 납득할 수 없다. 그러니 야당에서 “대통령은 십상시의 보고만 받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청문회를 주장하는 것이다. 어제 정두언 국회 국방위원장은 “국가안보와 관련한 국정시스템의 총체적 혼선”이라며 국방장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김 실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지뢰 도발 당시 현장에 있던 수색대원들은 북한 소행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늑장 대응을 정당화하는 것은 낯 뜨거운 일이다. 그런 상황 판단도 못할 정도라면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왜 존재하는가. 국민이 안보까지 걱정하게 만드는 것은 보수 정권이 해서는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