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 경제성장 70년]
2013년 10월 28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부인 홍라희 여사(오른쪽)와 함께 서울 중구 동호대로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 신경영 선포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록물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그룹 제공
삼성전자 정보통신부문 디자인부서를 지도했던 후쿠다(福田) 고문은 삼성전자에서 4년간 근무하면서 보고 느낀 점을 이야기했다. “일류상품은 디자인만으로는 안 되고 상품기획과 생산기술 등이 일체화되어야 한다. 삼성은 상품기획이 약하다. 개발을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시장에 물건을 내놓는 타이밍도 놓치고 있다.”
이른바 ‘후쿠다 보고서’에서 거론된 사항들은 그동안 이 회장이 숱하게 지적하며 고칠 것을 당부해온 고질적 업무관행이었다. 이 회장은 도쿄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는 기내에 동승했던 사장단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하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논의하게 했다. 그 논의는 프랑크푸르트에서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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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의 주제는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변하지 않으면 살아 남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 회장은 “삼성이 뼈를 깎는 아픔을 감내하고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삼성은 이제 양 위주의 의식, 체질, 제도, 관행에서 벗어나 질 위주로 철저히 변해야 한다”는 내용의 ‘삼성 신경영’을 선언했다.
신경영 선언 이후 이를 전파하기 위한 회의와 교육이 숨가쁘게 이어졌다. 6월 24일까지 프랑크푸르트, 스위스 로잔, 영국 런던에서 이 회장이 주재하는 회의와 특강이 이어졌다. 7월 4일부터는 일본에서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로 옮겨가며 8월 4일까지 회의와 특강이 계속됐다.
삼성은 불량을 없애기 위한 제품 질 혁신부터 시작했다. 생산라인을 중단시키더라도 불량률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도록 했으며, 한 품목이라도 좋으니 세계 제일의 제품을 만들기로 했다. 사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인사제도를 개선하고,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갔다. 경영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형식적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인프라를 구축하고, 사업구조를 고도화시켜 나갔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