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역사 반성 촉구 목소리 커져… 무라야마도 “日, 가해자 의식 없어” NHK “아베 담화, 반성-사죄 명기”… 역대정권 언급하며 ‘물타기’ 가능성
무라야마 전 총리
일본에서는 ‘보수 원조’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와 최대 보수 신문인 요미우리신문이 7일 아베 담화에 ‘사죄’를 넣을 것을 요구한 데 이어 도쿄신문은 10일 ‘독일 전범 추급(追及)에는 끝이 없다’는 사설을 싣고 지난달 94세의 나치 친위부대원에게 금고 4년형을 선고한 독일 법원의 사례를 소개했다.
94세의 나치 전범을 단죄한 독일 판결을 소개한 도쿄신문 10일자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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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일본 총리도 9일 보도된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에서는 전쟁에 대한 강한 피해 의식은 있지만 가해자의 의식은 없다”며 “국민 스스로 전쟁 범죄자를 재판한 독일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보수 주간지도 일본의 역사 왜곡을 강하게 비판했다. ‘위클리 스탠더드’ 이선 엡스타인 부편집장은 7일 인터넷판에서 위안부 문제와 강제 노역, 독도 문제 등과 관련된 일본의 잘못된 주장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일본 총리들은 1945년 이전 자국의 잔혹한 행동들에 대한 형식적인 반성을 해 왔지만 돌아서서 부인하는 패턴이 자리를 잡았다”며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도 통절한 반성(deep remorse)을 천명하고도 매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아베 담화에 대해 “이번에 독일과 유사한 자아성찰(soul-searching)의 기회가 있다. 하지만 그 같은 담화는 내부적으로 자학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므로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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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아베 담화 초안에 ‘사죄’ 문구는 물론이고 그와 유사한 문구도 없다”고 전한 9일 자 아사히신문 보도와는 차이가 있다. 이처럼 일본 언론 보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은 아베 총리 측이 여론의 반응을 떠보기 위해 각각 다른 정보를 흘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NHK 보도대로라면 형식적으로 4대 키워드를 반영은 하지만 진정성은 희박하다는 평가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한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아베 담화의 영어, 중국어, 한국어 번역본을 낼 것인가’라는 질문에 “가능하다면 그런 방향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한다. 아직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9일 치러진 사이타마(埼玉) 현 지사 선거에서는 야당인 민주당 후보가 자민당 후보와의 대결에서 압도적인 표 차로 승리해 안보법제를 강행하는 아베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을 보여 줬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