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어린이 한해 38명 숨져… 절반이상이 부모 부주의 때문
미국에서 여름만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안타까운 뉴스는 뜨거운 햇볕에 달궈진 자동차 안에 혼자 방치됐다가 열사병으로 숨지는 아이들이다. 이로 인한 사망자는 연평균 37.5명에 달한다. 올해는 9일(현지 시간)까지 13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주립대 기상기후과학연구소는 9일 “1998∼2014년 차 안 어린이 방치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637명이며 그중 절반 이상인 336건(52.7%)은 운전자가 아이가 차에 타고 있다는 사실을 깜박 잊고 내린 경우”라고 밝혔다. 어린이가 혼자 빈 차에 들어가 놀다가 차 밖으로 나오지 못한 경우(186건·29.2%), 어른이 의도적으로 아이를 차에 방치한 경우(111건·17.4%)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연구소는 “아이의 차량 탑승 사실을 망각한 부모는 어머니(98명)보다 아버지(115명)가 더 많았다”며 “어머니와 아버지가 모두 차량에 타고 있었는데 깜박한 경우도 35건이나 됐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전국안전위원회(NSC) 등 어린이 보호 시민단체들은 지갑, 서류가방, 휴대전화 등 중요 소지품을 아이가 앉은 뒷좌석에 두는 습관을 기르도록 부모들에게 지도하고 있다.
NBC방송은 9일 “차 안 어린이 방치 사고가 무더운 여름철에만 발생한다는 인식은 잘못됐다”며 “밀폐된 자동차 안의 온도는 1, 2시간 내에 아이를 숨지게 할 만큼 급격하게 올라가기 때문에 봄가을에도 사고가 발생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1998년 이후 어린이 방치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달은 1월밖에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