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카운트 3볼 0스트라이크 때 타자는 공을 치는 게 옳을까 기다리는 게 나을까.
프로야구 kt 조범현 감독의 생각으로는 이 카운트에서 공을 치는 건 ‘이기적인 플레이’에 가깝다. 특히 지고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조 감독은 5일 윤요섭(33)을 퓨처스리그(2군)도 아닌 육성군(3군)으로 내려 보냈다. 4일 경기에서 1-6으로 뒤진 5회말 타석 때 3볼 0스트라이크에서 공을 때려 3루수 뜬공으로 물러난 것에 대한 문책이었다.
조 감독은 “윤요섭이 자신만 생각하고 팀을 위한 마음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하기로 했다”며 “크게 리드하고 있을 때는 3볼에서도 칠 수 있다. 하지만 어제는 아니었다. 지고 있을 때는 주자를 모아야 한다. 안타가 아니라 홈런을 쳤더라도 내려 보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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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볼 0스트라이크는 타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카운트다. 앞으로 투수가 던지게 될 공 세 개 중 한 개만 볼로 들어와도 볼넷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타자들은 보통 가만히 서서 볼을 기다린다. 2012~2014년 프로야구에서 3볼 0스트라이크가 됐던 타석은 모두 7021번. 이 중 타자가 공을 때린 건 177번(2.5%)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면 타격 결과는 어땠을까. 타율 0.446에 장타력 0.814였다. 이때는 타율이 출루율과 같기 때문에 OPS(출루율+장타력)로 환산하면 1.260이나 된다. 8일 경기까지 올 시즌 OPS 1위 NC 테임즈(29) 기록이 1.288이다. 박병호가 이날 증명한 것처럼 타자가 볼 3개가 먼저 들어왔는데도 방망이를 휘두르는 건 이기적인 게 아니라 정말 치기 좋은 공으로 판단했다고 보는 게 더 진실에 가깝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