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분위기에 들뜨면 꼭 남편을 시험에 들게 하는 아내들이 있다. 난도 높은 문제를 내놓고 어떤 답이 나올지 모종의 기대를 갖는다. 눈치 없는 남편은 잘못 풀었다가 바닥없는 수렁에 빠지기 십상이다.
휴가지가 바닷가라면 출제 빈도 100% 문제가 “나 살쪄 보여?”다. 아내들이 평소에도 외출을 앞두고 자주 내는 문제이기도 하다. 모범답안은 “전혀 그렇게 안 보여” 정도다. 표정연기까지 따라주면 금상첨화다.
“지금이 딱 좋은데?” 이런 답은 70점짜리다. 살이 쪘다는 걸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최악의 답은 “그걸 말이라고 묻냐? 돼지야”다. 집에서는 장난으로 통했더라도 휴가지에서만큼은 용서받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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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자기가 더 예쁘지”를 떠올렸다면 80점짜리다. 만점은 즉시 “어디? 그럴 만한 여자가 없는데?”라고 대답해주는 것이다. 아내는 진짜 그런지 듣고 싶은 게 아니다. 남편이 그렇게 말해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안 좋은 답으로는 “자기도 결혼 전에는 괜찮았어” 정도, 더 안 좋은 답으로는 “그래도 성격은 자기가 나을 것 같네”가 있다. 비딱한 답은 “네가 더 예쁘다고 해주면 좀 낫겠냐?”다. 최악의 답은 상상에 맡긴다.
방갈로나 백사장에 나란히 누워 있을 때 단골로 나오는 문제도 있다. “지금 무슨 생각해?”
허를 찌르는 질문이다. “아무 생각 없다”고 말해봐야 오해만 살 뿐이다. “지나가는 여자들 구경하려고 선글라스 챙겨왔냐”는 괜한 시비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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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좋은 답은 “새벽에 맨체스터 축구 중계를 어떻게 볼까 생각 중이었지.” 최악의 답은 솔직히 말하는 것이다. “와! 저 여자 예쁘네. 감탄하고 있었어.”
뜬금없는 시험의 저의를 놓고 아내들은 “그냥 궁금해서”라고 말한다. 하지만 몇 번을 겪다 보면 자꾸 싸움만 생기고 재미도 없다. 그러니 남편들의 답안도 비딱한 쪽으로 기운다. 어쨌든 시험을 무난히 통과하면 집에 돌아오는 자동차 조수석에 앉아 눈을 붙이는 성은을 누릴 수도 있다.
한상복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