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치 ‘3대 고질병’ 고쳐라]<中>타협정신 사라진 정치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은 “(간담회의 전제 조건으로) 6개 요구사항을 냈으나 국정원이 대부분 자료 제출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보냈다”며 “최소한의 자료가 있지 않는 한 기술 검증 간담회가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간담회 보이콧은 자료 제출에 성의를 보이지 않은 국정원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이장우 대변인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자 여야가 합의한 전문가 간담회를 무산시키려는 의도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 “목적은 사라지고 정쟁과 갈등만 남는 협상”
여야가 특정 현안에 대해 맞서며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동시에 여야 간 협상과 타협의 기제가 작동해야 한다. 정당에 의한 대의(代議)민주주의 정치가 가동되는 두 날개다. 하지만 우리 정당정치는 극한 대치만 득세하고 있다. ‘반쪽 민주주의’다.
이 같은 사례는 최근 정치권 뉴스의 단골메뉴다. 여권이 밀어붙이는 노동 개혁 드라이브가 대표적이다. 새누리당은 “(야당과 노동계가) ‘정년 60세’라는 떡을 손에 쥔 뒤 태도가 돌변했다”고 비판했고, 새정치연합은 “여당이 요구하는 현안들이 노동 개혁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응수했다.
1라운드가 끝난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은 협상의 시작과 끝이 달라진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공무원연금 체계를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로 시작된 여야의 협상은 야당이 공무원연금과 무관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위한 국회법 개정 이슈를 꺼내면서 변질됐다. 이후 국회법 개정안 의결과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이어지면서 정국은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었다.
○ 적대적 공생으로 기득권 챙기는 구도
지난해 세월호특별법 협상 때는 야당에 불똥이 튀었다. 지난해 8월 7일 여야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에 합의했지만 “유가족 뜻을 반영한 특별법 재협상에 나서라”는 야당 강경파들의 요구로 국회는 151일 동안 공전했고, 협상의 한 축이었던 야당 원내사령탑이 물러나야 했다. 가까스로 여야는 같은 해 10월 31일 세월호특별법에 최종 합의했지만 최초 합의 내용과 큰 차이가 없어 “처음과 다를 바 없는 합의를 위해 싸운 것이냐”는 비판을 받았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야당의 ‘끼워 팔기 협상’이 굳어지는 것도 문제다. 여야 지도부가 치열한 협상으로 합의점을 모색하기보다는, 서로가 원하는 것을 적당히 주고받는 ‘적대적 공생 구조’로 가고 있는 것이다. 야당 원내지도부 출신의 한 의원은 “협상의 주제가 아닌 다른 안건을 꺼내들어 관철하는 것은 당장은 도움이 될지 몰라도 각 당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의원 정수와 선거구 획정 등 총선 룰을 제때 처리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총선 룰은 여야가 모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선거구 획정 기준 등을 제시해야 할 시한(13일)까지 열흘 정도 남았지만 여야는 “의원 정수를 절대로 늘릴 수 없다”(새누리당),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새정치연합)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 “정책 기능 강화로 건설적 협상 나서야”
야당 원내대표를 지낸 우윤근 의원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한 신뢰 형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우 의원은 새누리당 이완구,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의 ‘원내대표 주례회동’을 통해 세월호특별법 제정, 새해 예산안 처리, 해외자원외교 국정조사 등을 성사시켰다. 우 의원은 “꾸준한 대화가 있으면 한 번에 합의하지 못해도 최종적으로는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여야 주례회동은 새누리당 원유철,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들어서면서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