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얕은 물도 방심금물…피서철 ‘다슬기 익사사고’ 피하려면?

입력 | 2015-08-03 15:51:00


지난달 6일 이모 씨(75·충북 충주시)는 다슬기를 잡으러 남한강 유역의 한 하천을 찾았다. 사람의 손길이 덜 탄 곳일수록 큰 다슬기를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 인적이 드문 곳을 택했다. 무릎 남짓한 높이의 물에서 다슬기를 잡던 이 씨는 한 걸음 한 걸음 하천 안쪽으로 들어갔다. 뭍에서 약 2m 정도 들어갔을 때였다. 수심이 갑자기 2~3m로 깊어졌고 이 곳에 한 번 발을 잘못 들인 이 씨는 허우적대기 시작했다. 주변에 일행이 있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이 씨는 결국 자신이 잡은 다슬기도 맛보지 못한 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물놀이 시즌이 돌아올 때마다 다슬기를 잡으려던 이들이 익사하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2일 전북 완주군의 한 하천에서도 주모 군(16)이 다슬기를 잡다 물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 하천, 계곡의 얕은 부분만 보고 물에 들어갔다 목숨을 잃는 사고가 되풀이되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갑자기 수심이 깊어지는 등 하천 지형의 특성에 조금만 주의해도 대부분의 다슬기 익사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각 지역별 소방본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다슬기를 잡으러 물에 들어갔다가 사망한 사람은 13명(경기 제외). 같은 기간 바다, 계곡 등에서 물놀이를 하다 사망한 24명(국민안전처 집계)의 절반을 넘는 숫자다. 올해 들어 발생한 다슬기 관련 익사사고는 총 8건이다. 구조 당시 익사자가 어떤 상황에서 화를 당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슬기 사고는 공식 통계를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다슬기 익사의 대부분은 수심이 갑자기 깊어지는 곳에서 주로 발생한다. 때론 얕은 수심에서 사고가 난다. 수심이 낮지만 다슬기가 서식하는 곳은 상대적으로 물살이 빠르고 이끼가 많아 미끄러지기 쉽고 익사로 이어지곤 한다. 소용돌이 현상이 일어나는 절벽 밑, 큰 바위 밑 근처도 주의 경계대상이다. 큰 다슬기를 찾겠다고 들어갔다가 소용돌이에 빠져 목숨을 잃기도 한다.

최근 잠수용 스쿠버 장비 등 전문장비를 이용해 다슬기를 대량으로 잡으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호흡 장비를 과신해 홀로 물에 들어가거나 깊은 곳으로 들어가려고 납 벨트를 차고 들어갔다가 발생하는 사고가 많다. 익사 사고는 7분을 기점으로 생사여부가 갈리기 때문에 다슬기를 채취할 때도 늘 일행과 함께 다녀야 한다.

익사 사고 대부분이 7, 8월에 몰린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피서철이 정점에 오르는 앞으로 1,2주는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우상규 충주소방서 구조대원은 “수심이 허리 이상인 곳은 피하고 미끄럼 방지용 신발, 구멍조끼 등만 갖춰도 안전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충주=강홍구 windup@donga.com·노덕호 인턴기자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세무회계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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