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기부금 관리]일부 기부금단체의 ‘일탈’
○ 허위 영수증 발급으로 세액공제에 악용
부산의 N의료법인은 지난해 상속세법과 증여세법 위반으로 국세청에 적발돼 9700여만 원을 추징당했다. 공익사업을 하는 기부금단체는 증여나 상속 때 세금을 내지 않는다. 단, 출연 재산을 3년 안에 전부 공익사업에 써야 한다. 국세청은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구체적인 위반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 법인은 출연키로 한 재산을 기간 내에 사업 목적에 맞게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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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지정 절차나 관리감독이 허술하다 보니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받고 사실상 영리단체처럼 운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기부금단체로 지정받은 뒤 단체를 재산 상속 수단으로 악용하다가 적발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특정 단체 후원에 기부금 쓰기도
법인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되려는 비영리법인은 ‘공익을 목적’으로 해야 하고 ‘불특정 다수’를 위해 기부금을 사용해야 한다. ‘불특정’에 대해서는 세부 규정이 없지만 특정인이나 특정 단체만을 후원하기 위한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법 해석이다.
하지만 대전에 있는 N단체는 기부금 상당액을 대전시 산하 특정 단체를 위해 사용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이 단체는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대전시 산하에 있는 한 단체를 위해 설 선물 등 224만 원, 정기공연 뒤풀이 식대 354만 원, 추석 선물 등 117만 원, 축하화환 등 31만 원, 홍보비 등 329만 원 등 총 45회에 걸쳐 1100만 원을 썼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모금한 기부금은 반드시 불특정 다수를 위한 공익 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특정인이나 특정 단체를 후원하기 위해 기부금을 사용했다면 법을 어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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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인 지원 의혹도 받아
특정 정치인을 지원한다는 의혹을 받는 단체도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됐다. 경북 포항시 북구에 위치한 D연구소는 지난해 12월 경북도에 의해 기부금단체로 지정됐다. 이 연구소의 전신은 1995년 설립된 한국정책연구원이며, 설립 당시 원장은 현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이다. 이 연구소가 위치한 포항시 북구는 이 의원의 지역구. 현 연구소 소장은 이 의원의 전 비서관이며, 연구실장은 이 의원 보좌진 출신이다. 또 연구소 임원진 다수가 이 의원의 전·현직 비서관, 보좌관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대해 이 연구소 관계자는 “우리 연구소는 지역 현안을 연구하는 순수 연구기관으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정기부금단체 신청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5월 현재 이 단체 역시 지정기부금단체 의무사항인 회계 명세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서류상 공익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돼 있어 승인했다”며 “구체적으로 특정 정치인의 싱크탱크 또는 사조직인지는 알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지정기부금단체 추천 요건과 재지정 요건에 따르면 지정기부금단체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지만 정치적 중립성의 한계를 단체나 운영자 명의의 직접적인 선거운동 금지로만 한정하고 있어 너무 느슨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택 nabi@donga.com·임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