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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장택동]의원 수 늘리고 싶다면…

입력 | 2015-07-31 03:00:00


장택동 정치부 차장

‘국회의 의원 정수는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을 합하여 299인으로 한다. 다만 세종특별자치시의 지역구 의원 정수는 1인으로 한다.’

공직선거법 21조 1항의 내용이다. 왜 ‘의원 정수는 300인으로 한다’는 간결한 표현 대신 복잡하게 법조문을 썼을까.

과정은 이렇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를 조정하면서 국회는 신설된 세종시를 포함해 지역구 의원 3명을 늘리자는 데까지는 합의했다. 하지만 299명이라는 정수를 맞추기 위해 3명을 줄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여야는 영남에서 지역구 1석을 더 줄일지를 놓고 수개월간 논쟁을 벌였다. 시간에 쫓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9대 국회에 한해 의원 정수 299명 규정은 그대로 두고 세종시 의원 1명을 신설하는 특례 조항을 넣자’고 제안했고 국회는 즉각 수용했다. 의원 정수 문제는 그만큼 민감하다.

그런데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오히려 의원 정수를 69명(혁신위원회)∼90명(이종걸 원내대표) 늘리자고 제안해 20대 총선을 8개월여 앞둔 정치권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은 “염치가 없다” “정치실업자 구제책”이라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하지만 ‘여론만 허락한다면’ 내심 의원 정수 확대를 바라는 여당 의원도 없지 않다. 선거구 조정 과정에서 혹시나 자신의 지역구가 없어질 가능성이 줄기 때문이다.

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은 한국은 의원 수가 적어서 국회가 국민을 대표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통한 낡은 선거제도 혁신, 농어촌 지역대표성 보장 등도 의원 수를 늘려야 하는 이유로 제시한다.

의원 수가 늘어나면 행정부에 대한 견제가 촘촘해지고, 법안도 더 꼼꼼하게 챙길 수 있다. 그런데 왜 여론은 의원 수 증가에 부정적일까. 답은 의원들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국민들이 의원들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5월 19∼21일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국회가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5%에 불과했다.

의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주범은 다름 아닌 의원들 자신이다. 정쟁이 일어나면 여야 간에, 계파 간에 섬뜩한 말들이 오간다. ‘당’이나 ‘계파’의 눈으로 보면 상대를 향해 비수를 던지는 것이지만 ‘국회의원 전체’로 생각하면 자해(自害)를 하는 셈이 된다. 또 의원들이 각종 비리로 재판을 받거나 의원직을 잃는 일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세월호 특별법 협상 과정에서 151일 동안 ‘식물 국회’가 이어졌다.

국회에 대한 불신이 깊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정교한 논리를 내놓더라도 여론의 방향을 돌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 정치권이 의원 수 논의를 하기에 앞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어떤 것부터 바꿔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순리다.

장택동 정치부 차장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