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가면서 금(金)테크에 나서는 국내 투자자가 크게 늘고 있다. 달러 강세의 여파로 5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금값이 다시 반등할 것으로 보고 미리 금을 사두려는 이가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국제 금값이 온스(31.1g)당 1000달러(약 116만5000원) 밑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성급히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는 경고도 나온다.
국제 금값이 2011년 9월의 최고점보다 42% 폭락하자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금값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금테크가 부상하고 있다. 송재원 신한PWM여의도센터 팀장은 “국제적으로 금 생산원가가 평균 1100달러 안팎인데 금값이 이 수준까지 떨어지자 실물인 골드바를 찾는 고객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12개 시중은행과 귀금속대리점 등에 금을 공급하는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22일까지 2390kg의 골드바가 판매됐다. 이미 지난 한 해 판매량(1383kg)을 훌쩍 뛰어넘었으며 작년 같은 기간 판매량의 4.7배 이상이다. 송종길 한국금거래소 이사는 “예전엔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1kg짜리 골드바가 주로 팔렸는데 최근엔 중산층, 서민들까지 골드바를 찾고 있다”며 “소액 투자가 늘면서 1∼100g짜리 미니골드바 판매량이 91%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 국제 금값 온스당 1091달러 “곧 1000달러선 무너질수도” ▼
금을 1g 단위로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한국거래소의 ‘KRX 금시장’도 지난해 3월 개장 이후 한동안 거래가 부진하다가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몰리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올 1월 8083g이던 하루 평균 거래량은 이달 22일 현재 1만907g으로 34% 늘었다.
이에 대해 송재원 팀장은 “미국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금값 흐름이 바뀔 수 있다”며 “금리 인상 여부가 확실시된 뒤 금을 살지 말지 판단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공성율 KB국민은행 목동PB센터 팀장은 “금은 변동성이 큰 만큼 투자하려면 전체 자산의 10∼20% 이내에서 가격이 떨어질 때마다 분할 매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