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지하경제’ 중고폰 유통 세계] 나갈 땐 ‘정식수출’ 들어갈 땐 ‘밀수’ 짝퉁부품으로 고친 뒤 되팔아… 국내 제품 미래시장까지 잠식
전국 이동통신사 판매·대리점에서 수거된 중고 스마트폰은 중국, 인도, 베트남 등으로 보내진다. 현지에서 불법 제작된 짝퉁 부품으로 수리된 뒤 중저가 스마트폰 수요가 높은 국가에 재판매되는 식이다.
중고 스마트폰이 팔리는 신흥 국가들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이 시장 지배력 확보를 위해 매진하는 곳이기도 하다. 현지 이용자들이 새 스마트폰을 사는 대신 불법 중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미래 시장을 깎아먹어 고스란히 국내 업체의 산업적 피해로 돌아오는 결과를 낳게 된다. 최근 삼성전자, LG전자는 모두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이 둔화됨에 따라 중저가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이동통신 3사가 정식으로 수거해 해외로 수출하는 물량은 전체 시장(약 2000만 대·소비자들이 보관하는 스마트폰 포함)의 5% 남짓에 불과하다. SK텔레콤의 B폰 매입을 대행하는 SK C&C의 경우 올해 B폰 수거 및 수출 목표를 50만 대로 잡고 있다. 전체 시장의 2.5%를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셈이다. 자체적으로 중고폰 매입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KT와 LG유플러스의 사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광고 로드중
이 때문에 B폰을 밀수하려던 한국인이 적발됐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30일에는 태국 북동부 농카이에서 ‘삼성 갤럭시노트2’ 30대와 ‘아이폰5’ 20대 등 B폰 50대를 밀수하려던 정모 씨(40) 등 2명이 체포됐다. 가방에 스마트폰을 넣은 채 입국하려다 이민국 관리에게 붙잡혔고 이들은 말레이시아로 운반하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