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는 2012년 불법 스포츠 도박과 관련된 ‘경기조작’ 사건으로 큰 곤욕을 치렀다. KBO는 전 구장에 경기운영위원을 파견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공정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지속적 교육도 진행 중이다. 스포츠동아DB
■ KBO의 불법스포츠도박 대응전략
2012년 4월 18일은 한국프로야구사에서 가장 슬픈 날 중 하나로 기록돼 있다. 불법 스포츠 도박과 관련해 ‘경기조작’에 가담한 LG 투수 박현준과 김성현을 퇴출하기로 결정한 날이었다. 이날 대구지법이 경기조작 혐의로 기소된 두 선수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700만원을 각각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하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곧바로 상벌위원회를 열고 이들에게 영구실격 처분을 내렸다. 그로부터 3년이 흘렀다. 아직까지 프로야구에선 불법 스포츠 도박과 관련해 어떤 추가 사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KBO는 승부조작이나 경기조작이 재발한다면 프로야구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속에 관련 규정을 강화하고 후속 조치를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경기운영위원 파견, 실시간 모니터링 강화
10개 구단 운영팀과 ‘연계 네트워크’ 구축
조기경보 시스템으로 불법사이트 사전 감시
선수협과 협의 재발방지 위한 교육도 진행
● 공정센터 운영과 EWS 가동
공정센터 운영에서 암행감찰관 6명을 야구장에 배치해놓고 있는 점이 눈길을 모은다. 암행감찰관은 전직 정보과 형사로 구성했는데, 이들은 연중 경기장을 감시한다. 암행감찰관은 불법 스포츠 도박과 관련한 부정행위뿐 아니라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는 정보도 수집하고 선수 동향을 파악한다. 그 정보에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암행감찰관 제도가 이상 징후 포착과 예방 활동에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퇴직 형사뿐 아니라 은퇴 선수 등 체육인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EWS(Early Warning System·조기경보시스템)’를 시행하고 있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모니터링하면서 의심스러운 상황이 발생하는지를 감시한다. 예를 들어 평소 1000만원 수준에서 베팅이 되다가 갑자기 평소보다 많은 1억원 수준에서 베팅이 이뤄지는 경기가 발생하면 곧바로 해당 구장의 경기운영위원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부정행위가 발생하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피는 것이다.
● 향후 승부조작 및 불법 스포츠 도박 방지 대책
현재까지 프로야구선수들이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직접 접속해 베팅을 하는 정황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그동안의 사례를 보면 브로커가 선수와 감독 등에게 접근해 승부조작이나 경기조작을 유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KBO 정금조 운영육성부장은 “이상 징후를 발견하거나 브로커 접근 등이 이뤄질 경우 신고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신고할 타이밍을 놓치면 추후에 신고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선수와 감독뿐 아니라 구단 임직원에 대한 교육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지속적 교육뿐 아니라 효과적 교육도 중요하다. 야구규약 152조 ‘유해행위 신고’와 관련해 ‘신고 또는 제보자에게 최대 1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해놓고 있지만, 이를 알지 못하는 선수들도 많다. 경기 때 전광판을 통해서도 공지하고 있지만, 선수와 관계자들이 무심코 흘려보내고 있다.
KBO는 이와 함께 현재 야구규약에만 명시돼 있는 불법 스포츠 도박 연루 시 제재 조항을 각종 계약서에도 추가로 명시할 계획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