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그 이후/셰리 핑크 지음·박중서 옮김/720쪽·2만2000원/알에이치코리아
의사들은 심폐소생술 거부(DNR)를 요청한, 병세가 가장 위중한 환자들을 맨 나중에 대피시키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게 이유였다. 환자들이 고문을 받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한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내가 저 환자들이었다면 차라리 천국으로 가게 해달라고 했을 것”이라는 말을 꺼낸다. 의료진은 약물을 주입해 일부 환자를 안락사시켰다.
의사 겸 기자인 저자는 카트리나 재해 당시 이 병원에서 닷새 동안 일어난 일을 재구성한 ‘The Deadly Choices at Memorial’ 기사로 2010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저자는 사건 관계자들을 500회 넘게 인터뷰하고 당시 정황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며 “시스템이 붕괴된 사회에서 삶과 죽음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라고 묻는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