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개신교 원로들… 한국교회 현실 엄중 질타
《 “요즘 목사들 모이면 주된 화제가 ‘신자가 몇 명이냐?’ ‘예산은 얼마냐?’라는 것이다. 작지만 아름다운 교회와 건강한 목회정신이 살아야 한다.”(경동교회 박종화 목사)
“교단장 선거 때마다 금권 선거가 문제가 된다. 루터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 역사상 지금 한국 교회만큼 타락한 적이 있느냐? 교회는 돈이 중요하지 않은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 》
6일 서울 중구 경동교회 장공채플에서 열린 개신교 원로들의 대화. 원로 목회자와 장로 등이 참가한 이 모임에서는 종교개혁 500년을 앞둔 한국 교회의 문제점과 대안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이날 모임은 주제 발표와 답변, 토론 등으로 2시간 남짓 진행됐다. 김상복 목사는 ‘축소되어 가는 비전’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예배는 있으나 영성은 없고 인물은 있으나 인격은 없다. 건물은 있으나 교회는 없고 명성은 있으나 존경은 없다”며 “목회자의 영적인 인격 개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이사장을 지낸 개신교 장로인 손 교수는 ‘종교개혁 500주년과 한국교회’라는 발표에서 “2013년 기윤실의 종교별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개신교가 19.4%로 가톨릭 36.7%, 불교 35.2%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며 “(목회자) 마음속에 경찰이 없으면 정의를 섬길 수 없다”고 밝혔다.
토론장은 개신교 미래를 걱정하는 원로들의 자성과 제안으로 금세 뜨거워졌다. 신경하 전 감독회장은 “주의 종을 비판하면 벌 받으니, 그건 하나님에게 맡기고 목회자에게 순종하라는 게 요즘 교회 분위기다”라며 “목회자들 스스로 권위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장차남 목사는 “이른바 ‘문제 교회’는 전체의 10% 수준이지만 이곳들이 대형 교회이기 때문에 개신교 전체 이미지를 흐리고 있다”며 “교회들은 일치와 분단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적어도 세금 문제는 솔선수범하자”고 제안했다.
차분하지만 따끔한 일침도 있었다. “예수님 말을 믿고 따라야 한다는데, 그분의 방법도 배워야 한다. 성경을 보면 예수님은 모든 것을 먼저 행하고 가르치셨다. 목회자의 설교도 말이 아니라 행동이 앞서야 한다.”(최복규 목사)
모임의 간사 역할을 한 김 총무는 “교단과 성향을 넘어 우리 교회의 미래를 위한 귀한 말들이 많았다”며 “원로들과 현직 중견 목회자, 목회를 준비하는 신학생들과의 대화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