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기업탐방 사실상 중지
○ 지인 정보 듣고 투자하면 낭패
기존에는 주식을 거래하면서 미공개 정보를 주고받은 기업의 내부자 및 준(準)내부자와 1차 정보수령자만 처벌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처벌 대상을 한 다리 건너 간접적으로 미공개 정보를 들은 2차 이상의 정보수령자로 확대했다. 가족모임이나 동문회 등 사적인 자리에서 지인에게 들은 얘기로 투자를 했고, 그것이 미공개 정보라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기존 규제 대상자들은 형사처벌을 받고 2차 이후의 정보수령자들은 과징금을 물게 된다. 과징금은 미공개 정보로 얻은 이익의 최대 1.5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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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터넷 게시글을 본 B 씨처럼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공개된 정보를 접했거나 식당종업원 C 씨처럼 ‘우연히’ 정보를 들어 주식투자에 나선 사람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미공개 정보가 아니거나(B 씨) 정보수령자가 아니기(C 씨) 때문이다.
○ 움츠러든 여의도
불공정거래에 대한 이번 규제 강화는 시행된 지 열흘이 채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여의도 증권가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일부 자산운용사는 사실상 ‘기업탐방’을 포기했다. 한 중소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E 씨는 “기업실적 발표 시즌이라 부지런히 IR 담당자들을 찾아가서 여러 회사 정보를 들어야 할 때인데 지금은 이런 것 자체가 문제가 될까 봐 자제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펀드매니저 F 씨는 “기업 포트폴리오를 보며 이런저런 질문을 해야 하는데 이런 기능마저 위축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 건설사 IR 담당자는 “유도질문을 던져가며 집요하게 실적치를 묻던 펀드매니저들이 이제는 스스로 질문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자산운용사는 사적으로 사용하던 메신저에 대해 사용 금지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매니저들이 IR 담당자나 투자자 등과 메신저로 의견을 교환하다가 자칫 민감한 정보가 오갈 가능성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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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