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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일상과 문단의 민낯, 있는 그대로 내보였어요”

입력 | 2015-07-06 03:00:00

새 소설집 ‘고백’ 낸 박성원 작가




“소설가가 멀리 있는 이상적 존재가 아닌 평범한 사람이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소설가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쓴 박성원 씨. 동아일보DB

“소설가라는 게 일반인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분할 땐 술 한잔하면서 울분 달래고 즐거울 땐 키득거리고요. 그런 모습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소설가 박성원 씨(46)가 새 소설집 ‘고백’(현대문학)에서 소설가의 민낯을 내보였다. 5일 전화로 만난 그는 “작가라면 뭔가 다른, 고고한 인물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은 다를 바 없이 똑같은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작품에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표제작 ‘고백’에서 ‘나’는 친구와 여행을 다니면서 ‘여자와 자는 것’을 목적으로 삼지만 그런 기회는 2, 3년에 한 번뿐이다. ‘나’는 돈을 벌겠다고 경마를 연구하기도 하지만 접고, 친구의 권유로 소설을 써서 등단한다.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술자리에서 작가를 만나 어울리는데 ‘소설가 박성원’이다.

“‘소설가 박성원’은 똑똑하고 지적인 인물입니다. 제가 그리는 이상형이죠. 그렇지만 실제로 소설가의 모습은 ‘나’에 가깝습니다.” 박 씨는 “취업에 허덕이고 쉽지 않은 경제 사정에 절절매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과 작가가 다르지 않다”고 강조하면서 “다만 미학이나 예술에 좀 더 관심이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단편 ‘더러운 인생’에서도 ‘나’는 호감을 품은 여자를 방에 들이고도 막상 만남을 이어가지 못하고, 앞서 만난 다른 여성에게 전화를 걸지만 이내 끊고 만다. 화자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가 정신적으로 점점 쇠약해지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 사랑에 자신이 없고 지치고 쪼그라든 소설가의 모습은 평범한 사람들과 겹쳐진다.

등단 20년이 넘은 그가 작품에서 문단의 속살을 내비친 것도 흥미롭다. ‘고백’에서 소설가 박성원은 ‘나’에게 이렇게 조언을 던진다. “문예지 출신은 그래요. 다른 문예지로 등단하면 자기 사람이 아니라고 쉽게 단정해서 지면을 잘 주지 않죠.” 문단 파벌을 암시하는 이 대목은 최근의 문단 권력 논란을 떠올리면 무심히 지나쳐지지 않는다. “현실의 한 부분을 던져 놓은 것”이라고 솔직하게 설명하는 그에게 문학 권력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른바 빅3(문학동네, 창비, 문학과지성사)가 한국 문학의 성장에 큰 역할을 한 게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다양성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어요. 다채로운 색깔과 내용의 작품들이 다양한 출구를 통해 나와서 우리 문학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