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국회법 개정안의 국회 재처리를 놓고 새누리당에 전운이 감돈다.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에 되돌아온 국회법 개정안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초미의 관심사지만 더 심각한 것은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다.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은 오늘을 ‘시한’으로 정해 유 원내대표의 자진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국회법 개정안 사태를 촉발시킨 데 책임을 지라는 것이 표면적 이유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를 제거해 박근혜 대통령의 뜻을 받들고 친박의 세를 키우자는 의도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에 대해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이 반발하고 유 원내대표도 버티기로 나간다면 여당 계파 갈등이 자칫 국정 마비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청와대와 함께 국정의 한 축을 책임진 집권당의 김무성 대표가 친박과 비박의 틈바구니에서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꼭 1년 전 그는 “(청와대에서) 일방적 지시를 받는 관계를 바로잡지 않으면 당의 미래가 없다”며 대등한 당청(黨靑) 관계로의 변화를 내걸어 당 대표에 당선됐다. 차기 대선을 내다보는 김 대표가 대통령과 각을 세울 순 없는 처지를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지만 ‘줄타기’만 하는 것은 진정한 리더십과 거리가 멀다. 박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직접 만나 간청을 하든, 담판을 짓든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온몸을 바치겠다”는 대표직 수락 연설의 약속도 지키는 길이다.
박 대통령은 올 4월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연루된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직무대행을 맡긴 채 중남미 순방에 나서기 직전 김 대표를 긴급히 만나 ‘뒷일’을 부탁한 적이 있다. 이제 박 대통령이 김 대표에게 그 빚을 갚을 때다. ‘유승민 정국’이 오래가면 박 대통령에게도 결코 득이 될 게 없다. 여야의 당내 계파 갈등, 패권주의에 국민의 인내심이 바닥 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