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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은 울었지만… ‘황금세대’ 후배들 있다

입력 | 2015-07-03 03:00:00

윔블던테니스 주니어 단식 뛰는 홍성찬-정윤성-오찬영

협회-ITF 육성프로그램 뽑혀… 홍성찬 호주오픈 준우승 등 성과
유럽대회 출전 중인 이덕희도 가세




4일 개막하는 윔블던테니스 주니어 남자 단식에 동반 출전하는 한국 테니스 유망주 오찬영, 정윤성, 홍성찬 (왼쪽부터). 윔블던=김종석 기자kjs0123@donga.com

김종석 기자

영국 런던의 하늘은 이번 주 들어 한국의 가을처럼 높고 푸르기만 했다. BBC에 따르면 1일 이 지역 최고 기온은 36.7도까지 치솟았다. 이런 날씨 때문인지 며칠째 런던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한국 테니스 유망주들의 얼굴은 구릿빛으로 그을렸다. 쇠처럼 단단한 팔과 다리의 근육은 그들의 엄청난 훈련량을 드러내고 있었다. 2일 런던에서 만난 홍성찬(18·횡성고), 정윤성(17·양명고), 오찬영(17·동래고)이다.

이들은 4일부터 런던 인근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개막하는 윔블던 주니어 부문 남자 단식에 동반 출전한다. 윔블던 주니어는 ‘황제’ 로저 페데러(1998년 우승)를 비롯해 숱한 스타를 배출했다. 정현(19)도 2013년 준우승을 차지한 뒤 한국의 간판으로 떠올랐다.

이들은 대한테니스협회와 국제테니스연맹(ITF)의 육성 프로그램에서 몇 년째 함께 훈련해 와 절친한 사이. “테니스 말고는 게임과 여자에 관심이 많다”며 웃고 떠들던 세 선수의 표정이 갑자기 진지해졌다. 이번 대회 각오를 물었을 때였다. 1월 호주오픈에서 준우승 트로피를 안으며 주목받았던 세계 주니어 랭킹 5위 홍성찬은 “내년에 시니어로 올라가게 돼 이번이 마지막 출전이다. 그동안 주위의 기대가 높아져 너무 잘하려다 보니 오히려 슬럼프를 겪었다. 컨디션이 좋은 만큼 빠른 발로 승부를 걸겠다”고 말했다. 홍성찬은 이형택의 지도를 받으며 기량을 키워 왔다.

주니어 랭킹 10위 정윤성은 “잔디 코트를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지난해 처음 출전했을 때는 적응할 시간도 없이 바로 경기에 나서는 바람에 1회전에서 탈락했다. 올해는 2주 넘게 준비했으니 8강 이상의 성적을 노리겠다”고 다짐했다. 주니어 랭킹 31위로 180cm가 넘는 키에 이상적인 체격을 지닌 오찬영은 “(정)현이 형이 여기서 준우승한 뒤 동양인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줬다. 나 역시 그 뒤를 잇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세 선수 모두 표면이 빠른 잔디 코트에서 서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달 프랑스오픈 주니어 단식에서 16강에 올랐던 정윤성은 “첫 서브 성공 확률을 75%까지 높여야 한다. 공격적으로 플레이 하겠다”고 말했다. 홍성찬은 “다양한 구질을 구사하려고 한다. 슬라이스로 공을 낮게 깔아 치거나 서브 앤드 발리도 적극적으로 시도할 생각”이라고 했다.

한국은 윔블던 성인 부문에 정현 한 명만이 출전한 반면에 주니어 남자 단식에는 이들 세 선수에 현재 유럽 프로 대회에 출전 중인 이덕희(마포고)까지 가세해 4명이 나선다. 황금세대로 불리는 꿈나무들의 성장에 한국 테니스의 앞날이 달려 있다.

윔블던=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