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로 풀어본 ‘그리스 디폴트’
그리스가 30일 오후 6시(미국 워싱턴 시간·한국 시간 1일 오전 7시)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 16억 유로(약 2조 원)의 채무를 갚지 못해 사실상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가 채무 상환을 못하면 IMF에 빚진 돈을 기한 내 갚지 못한 사상 첫 번째 유로존 국가가 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 인디펜던트 등 외신이 전하는 디폴트 이후 궁금한 사항을 문답식으로 알아본다.
Q. 30일까지 IMF의 빚을 못 갚으면 그리스는 디폴트라고 볼 수 있나.
A. 맞다. 일각에서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회원국이 만기일에 빚을 갚지 못하는 것에 ‘연체(arrears)’라는 용어를 썼기 때문에 디폴트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FT는 “그것은 순전히 언어적 구분일 뿐 디폴트가 맞다”고 했다.
A. 수단(1984년) 소말리아(1987년) 짐바브웨(2001년) 등 개발도상국들이 갚지 못한 적이 있다. 만약 그리스가 30일 채무 상환을 못하면 1999년 유로존 창설 이래 국가 부채를 갚지 못한 첫 번째 국가가 된다. 선진국으로서도 첫 번째 국가이다. 게다가 그리스의 채무 16억 유로는 국가가 갚지 못한 빚으로는 역대 최대다. 그리스는 2010년 이후 IMF에서 350억 유로를 빌렸고, 올해 말까지 IMF에 55억 유로를 갚아야 한다.
Q. IMF에 채무 상환을 못하면 어떻게 되나.
A. IMF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을 권리가 즉시 사라진다. 그리스는 유럽중앙은행(ECB)에 진 채무 35억 유로(약 4조4000억 원)도 20일에 갚아야 하는 등 줄줄이 막대한 빚을 갚아 나가야 한다. 만일 ECB가 유동성 자금 지원을 끊으면 그리스 은행은 즉각 파산 상태가 된다.
Q. 채무 기한을 30일 이후로 연장할 수 있나.
Q. 그리스는 과연 유로존 이탈(그렉시트)을 할 것인가.
A. 그렉시트가 일어나지 않으려면 4개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첫 번째 분수령은 5일 국민투표에서 국민들이 채권단의 재정개혁안에 ‘찬성’해야 한다. 둘째는 치프라스 총리가 사임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 셋째는 총선에서 채권단의 합의안에 찬성하는 사람들로 정권이 교체돼야 한다. 마지막 단계는 새 정부와 채권단이 재협상해서 구제금융에 합의하는 것이다. 만일 국민투표에서 ‘반대’가 많거나 정권 교체가 이뤄지지 않는 등 4단계 중 한 단계만 삐걱거려도 재협상 가능성은 없다. 게다가 이 모든 정치 일정을 시시각각 다가오는 부채 만기에 앞서 해치워야 그렉시트를 피할 수 있다.
5일 국민투표 결과 반대가 우세하거나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지더라도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내쫓는 공식 절차는 없다. 그렇지만 ECB에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자국 통화를 쓴다면 유로존 회원으로서 누리는 이익이 거의 사라진다. 그리스 정부가 고통을 줄인다며 자국 통화를 마구 찍어낸다면 이는 엄청난 물가 폭등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
Q. 그리스 국민에게 가해진 예금 인출 중지는 언제쯤 해제되나.
Q. 왜 세계 금융시장은 공황 상태에 빠지지 않나.
A. 6월 29일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주식 가격이 급락하고, 유로화 가치는 떨어지고,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의 채권금리가 급등했지만 금융시장의 충격은 일정 범위 안에만 미쳤다. 세계은행들과 투자자들은 최근 5년간 그리스와의 자금 거래를 줄여 왔기 때문이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