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성모의 집’ 김경숙 수녀-교구 사회사목국장 나봉균 신부
개원 25주년을 맞아 대전성모의 집에서 만난 천주교대전교구 사회사목국장인 나봉균 신부와 이곳 책임자인 김경숙 젤뚜르다, 김수경 수산나 수녀(왼쪽부터). 낡고 투박한 이 공간은 노숙인 등 불우한 처지에 있는 이들의 삶을 줄곧 지켜준 사랑의 쉼터다. 대전=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25주년 감사 미사 때 수녀님께서 그동안 고마웠던 분들의 이름을 한 사람씩 차례로 꼽는데 그 마음이 목소리에서 느껴져 ‘찡했습니다’.”(나봉균 신부)
23일 대전 동구 대전성모의 집에서 이곳 책임자인 김 수녀와 천주교대전교구에서 사회복지 활동을 총괄하는 사회사목국장 나 신부를 만났다.
광고 로드중
하지만 불편한 이 공간은 대전교구가 벌여온 ‘100원 나눔 운동’의 상징이다. 이곳은 무료급식소이면서도 이용자들의 자존감을 지켜주기 위해 한 끼에 100원을 내도록 유도해왔다. 현재 대전교구장인 유흥식 주교가 사목국장으로 있던 1989년 대전성모의 집 설립을 주도했다. 교구는 미사 때마다 한 끼 100원씩 헌금해 이웃을 돕자는 취지의 ‘한 끼 100원 나눔운동본부’을 설립해 사회나눔 활동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는 자연스럽게 최근 경사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얘기가 먼저 나왔다. 메르스 여파로 급식소 문이 한동안 닫혔고, 20일에는 개원 25주년 기념미사가 봉헌됐기 때문이다.
김 수녀는 “거의 매일 보던 얼굴들이 안 보이면 혹시 안 좋은 일이 벌어진 것 아닌가 해서 가슴이 쿵쿵 뛴다”면서 “누군가 다른 급식소에서 봤다고 말해 주면 그제야 한시름 놓곤 한다”고 했다. 나 신부는 “수녀님들과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성모의 집의 오늘은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루 200명 정도가 성모의 집을 찾고 있다. 이용자들은 하루 세 끼를 모두 먹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유난히 식사량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식사량 때문에 다툼이 있는 급식소도 있다는데 우리는 ‘무한리필’이죠. 조금 부담이 되더라도 먹는 음식은 원하면 언제나 충분하게 배식하려고 노력합니다.”(김 수녀)
광고 로드중
하지만 이들의 표정은 낙관적이었다. 김 수녀는 “큰일을 이뤄주시는 건 자원봉사자들과 성모님”이라며 “앞으로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에세이 ‘가끔은 미쳐도 좋다’(바오로딸)를 출간한 나 신부는 2002년부터 장애인과 이주민, 빈민 등을 위한 사목활동에 주력해왔다. “종종 자원봉사라면 만사를 제쳐두고 나서는, 제대로 ‘미친’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하하. 이분들이야말로 교회와 사회를 선한 방향으로 이끄는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대전성모의 집 후원은 042-627-7571.
대전=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