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삼풍백화점 붕괴’ 20주년… 당시 구조대원들이 말하는 그때와 지금
위령탑 찾아 헌화… 마르지 않는 눈물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20주년을 하루 앞둔 28일 한 유가족이 서울 서초구 양재시민의 숲에 있는 삼풍참사 위령탑을 찾아 헌화한 뒤 희생자 이름이 적힌 석판을 쓰다듬고 있다. 사망자 509명, 실종자 6명, 부상자 937명을 발생시킨 서울 서초구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현장(아래 사진).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0년 전 서울 도봉소방서 구조대장이던 경광숙 씨(58)는 지금도 눈을 감으면 이 목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무너진 삼풍백화점 잔해 속에서 실낱같이 흘러나오던 젊은 여자의 음성. 생존자를 찾았다는 기쁨에 콘크리트 더미를 3시간 동안 쉬지 않고 파내려 갔다. 하지만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내가 눈을 감을 때까지 절대 잊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던 경 씨의 볼에는 이미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당시 도봉소방서 구조대장 경광숙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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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기자와 만난 경 씨는 “참사를 잊고 싶겠지만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다음 세대에게 삼풍의 교훈을 물려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경 씨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경기 화성시 씨랜드 화재, 대구 지하철 참사, 경북 경주시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 세월호 침몰 등 재난이 반복된 건 안전의 중요성을 망각했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 씨는 “안전을 잊는 순간 재난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당시 고양소방서 구조대장 안경욱 씨
삼풍 희생자 유족들은 “사고가 난 지 20년이 지났을 뿐인데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지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시민의 숲 안쪽 삼풍참사위령탑을 찾은 유가족 김만순 씨(69) 부부는 쇼핑을 갔다 참변을 당한 장녀 수정 씨(당시 25세)의 이름을 읊조리며 “사람들이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너무 빨리 잊어버렸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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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백화점이 무너진 자리에는 현재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 있지만, 어디에도 당시 사고를 기억하게 해 주는 안내판 하나 없다. 위령탑은 우여곡절 끝에 사고 현장과 아무 연관성 없는 곳에 세워졌다.
사망자 509명, 실종자 6명, 부상자 937명이 발생한 삼풍 참사는 광복 이래 최대의 인명 피해를 낳은 참사로 기록돼 있다.
손가인 gain@donga.com·유원모 기자onemore@donga.com / 화성=강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