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K팝스타’ 출신에서 음원 역주행의 주인공으로, 이름 앞의 수식어를 갈아 치우며 음악적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가수 백아연.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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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럴거면 그러지말지’ 차트 역주행 백아연
‘사랑과 이별’ 경험 담은 자작곡
음원 공개 5주만에 찾아온 대박
“모호했던 내위치 자리잡는 계기”
백아연(22)이 한 남자를 만난 건 1월이었다. 지인이 소개한 연상의 대학생이었다. 첫인상이 좋았다. 세 번쯤 만났다. 그가 집에 바래다주며 안아주던 날은, 유난히 쿵쾅거리는 심장소리가 들릴까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운명적인 사랑이라 여겼다.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끊어졌다. 메시지를 보내도 답이 없었다. 눈물이 났다. ‘그에게 난 무엇이었을까, 그 심보는 뭔가, 잠시나마 설렌 순간은 결국 위선이었나’,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에 펑펑 눈물이 났다.
얼마 후 백아연은 컴백 준비에 나섰다.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 수장인 박진영이 “피아노 치면서 노래하면 좋겠다”며 자작곡을 제안했다. 백아연은 그 일을 떠올렸다. 작곡가 심은지의 도움을 받아 곡을 썼다. 할 말이 많았던 터라 작사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첫 자작곡 ‘이럴거면 그러지말지’는 그렇게 탄생했다. ‘구차해도 묻고 싶어/그때 난 뭐였어?’ ‘좋았는데 넌 아니었나 봐’ ‘이럴 거면 바래다주었던 그날 밤/넌 나를 안아주지 말았어야지’란 노랫말엔 미련과 원망이 담겨 있다. 노래는 발표 첫 주 30위에서 이후 10위권에 들어 5주차에 1위에 올랐다. 음악사이트에는 노래에 대한 공감의 댓글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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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1위 했을 때가 새벽시간이었다. 자고 있는데, 메시지가 많이 와 ‘무슨 일인가’ 했다. 차트를 보고 당황했다. 겁도 나고, 이렇게 잘 되도 괜찮은가 싶기도 하고.”
소속사 선배인 2PM이 새 앨범을 발표한 날이었다. ‘JYP의 새로운 에이스’라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백아연은 “내가 무슨 에이스냐”며 “그저 싱어송라이터로서 첫 발을 잘 뗀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더 좋은 음악을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긴다”고 했다.
이번 싱글은 1년11개월의 긴 공백을 끝내는 음반이었다. 2012년 9월 첫 음반, 2013년 6월 두 번째 이후 신곡은 없었다. 마음고생의 날들이었다. SBS ‘K팝스타’ 동기생이자 소속사 동료인 박지민의 활약과 대비됐다. 살아 있다는 걸 보여주려 애써 SNS 활동을 열심히 했다. 팬들의 댓글에 친절하게 답글을 달았다. 소속사 가수들의 합동공연인 ‘JYP네이션’ 무대는 가장 행복했다. ‘무대가 그리웠다’는 의미도 그때 실감했다.
“데뷔곡이 ‘느린 노래’였다. 가수는 제목 따라간다고, 그 말대로 가는 것 같다. 느리게 가고, 느리게 역주행하고. 그동안 불안감과 답답함을 일순에 날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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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의 미덕은 공감이란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평소 내 이야기를 하는 듯한 그런 공감의 노래를 찾아 들었다. 주위에선 ‘어릴 때 연애 많이 하라는데, 괜찮은 사람 있으면 언제든 만나보겠다. 하하.”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