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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든 美 코네티컷대 교수 “日, 위안부 할머니들 살아계실때 사과해야”

입력 | 2015-06-19 03:00:00

세계 역사학자들 항의성명 주도




“위안부 문제는 한일 간 진정한 화해의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과거사 왜곡을 비난하며 최근 세계 역사학자들의 항의성명 운동을 이끈 알렉시스 더든 미국 코네티컷대 교수(46·사진)는 18일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한일 국교 수립 50주년(22일)을 앞두고 최근 자료 수집차 방한한 더든 교수와의 인터뷰는 동아일보에서 진행됐다. 두 차례의 추가 e메일 인터뷰도 병행했다. 그는 “한일 양국의 시민사회가 관계 정상화의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위안부 문제로 벽에 부닥친 느낌이다.

“생존 할머니들은 이제 50명 남았다. 그들이 진실을 이야기해 왔음을 공식 인정하고 존엄성을 회복해야 한다. 시점도 중요하다. 피해자들이 살아있을 때여야 한다. 독일이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피해자들이 모두 사망한 뒤 후세들에게 사과했다면 결코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했을 것이다. 희생자들이 살아있는 시간은 일본이 진정으로 과거와 화해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한일 간 협상이 마지막 단계라고 했는데….

“(일본 측이 △총리 사죄 △주한 일본대사가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죄 편지 전달 △일본 정부 예산으로 위로금을 지급하는) 사사에 안을 기본 틀로 삼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근 한일 시민사회 간 물밑 조율도 활발하다. 결실을 본다면 위안부 문제가 과거 상처가 아니라 한일 관계의 미래를 여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아베 총리는 전후 70주년을 맞아 8월에 발표할 담화에 무슨 내용을 담아야 하나.

“‘인신매매’라는 모호한 표현 대신 과거 일본 정부가 위안부 강제 동원의 주체였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일본군이 위안소를 설치해 한국 중국의 여성들을 강제 동원한 것은 역사학자가 볼 때 명백한 ‘정부 지원(state sponsored) 성범죄 시스템’이었다.”

그는 2000년 일본 도쿄에서 만난 김복동 할머니와의 일화도 소개했다. 더든 교수는 “김 할머니가 당시 내 오른팔을 꽉 잡으며 ‘진실을 꼭 알려 달라’고 호소하던 눈빛을 기억한다”며 “할머니들의 증언에는 거부할 수 없는 일관성이 있었다. 그들이 온몸으로 말하는 증언이 강력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아베 정권에 대한 항의성명 운동 이후 일본 극우단체들의 살해 협박도 있었다던데….

“학교와 집 근처 경찰서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물론 극우 단체들의 생각은 일본 대다수 시민의 의견을 대변하지 않는다. 최근 95세의 홀로코스트 생존자로부터 ‘가해자의 부인(denial)이 무엇인지 잘 안다’는 내용의 e메일을 받았다. 그들의 격려가 큰 힘이다.”

더든 교수는 한미일중 학자들의 포괄적 연대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역사학 관점에서 향후 일본에 대한 평가는 생존 피해자들의 의견과 평가를 근거로 할 것”이라며 “관련국 학자들이 역사 및 영토 문제를 논의하고 화해를 위한 대안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