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논쟁에 발목 잡혀… 농업용수 공급시설 못 만들어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2호가 2012년 4월 20일에 촬영한 소양호(왼쪽 사진)와 아리랑 3호가 17일 촬영한 소양호(오른쪽 사진). 가뭄으로 수량이 줄고 강바닥의 면적이 넓어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하지만 이번 가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4대강 사업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그 후속 사업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극단적인 환경론자들과 일부 정치권의 무책임한 반대로 4대강 사업이 완결되지 못해 반쪽짜리로 그쳤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모적인 논란을 계속하는 대신 4대강 사업으로 확보한 물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단 4대강 사업으로 ‘물그릇’을 키운 것은 분명히 효과를 보고 있다. 올해 들어 이달 현재까지 서울, 경기, 강원의 누적 강수량은 평년의 절반 수준이지만 한강수계 본류 구간은 안정적인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 관계자는 “4대강 보 준설로 물 7억2000만 m³를 추가로 확보했다”며 “4대강 본류는 갈수위(1년 중 유량이 가장 적을 때 수면 높이) 대비 평균 약 1.77m 수위가 올라갔다”고 말했다.
18일 오전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경기 여주시 이포보에서 대형 물차로 길어온 물을 인근 옥촌저수지에 공급하고 있다. 여주=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문제는 4대강 보로 직접 혜택을 받는 농지가 전체 농지의 17%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나머지 대다수의 농지는 4대강 지류·지천 주변에 있다. 올해 들어 가뭄 피해를 겪고 있는 곳도 강원, 경기 북부, 경북 북부 등 4대강 지천 지역이다.
이 때문에 “수자원 확보 지역과 용수 부족 발생 지역의 위치가 달라 가뭄 시 4대강 본류 중심으로만 활용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두고 야당이나 일부 시민·환경단체는 “4대강 사업은 가뭄에 무용지물”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후속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탓이 크다. 보에 가둬둔 물을 지류·지천이나 농업용 저수지까지 흘려보내는 등 꼭 필요한 후속 조치가 정치적 논란 속에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당초 ‘4대강 살리기 사업 마스터플랜’에 따라 4대강 본류 사업이 마무리된 2012년부터 후속 사업인 4대강 지류·지천 정비사업을 추진했다. 수질 개선, 홍수 예방, 저수지 정비, 생태계 복원 등의 정비사업 1단계로 2015년까지 전국의 국가하천 3000km와 지방하천 2만7000km 중 5500km의 하천을 정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구상은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12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이 사업과 관련해 정부가 제출한 예산 2000억 원이 전액 삭감됐다. 야당은 이후 지천 정비 관련 사업을 4대강 후속 사업이라고 규정하며 매년 ‘삭감 대상’에 포함시켰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여권에서도 강력히 방어하지 않았다.
4대강 사업 이후 검토됐어야 할 물 관리 컨트롤타워 수립 등도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실행되지 못했다. 17, 18대 국회에서 국토부, 환경부 등 부처들에 분산된 ‘물 관리 업무’를 하나로 통합하는 내용의 ‘물 관리 기본법’이 발의됐지만, 부처 간 갈등 등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폐기됐다. 19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 교수는 “4대강 활용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로 갈수록 물 관리가 중요해지는 만큼 물 관리 일원화 등 통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