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남쪽으로 향하면 얼마 안 가 러니미드 초원 위를 지난다. 800년 전 그곳을 날아갔다면 귀족들과 기사들의 천막이 점점이 쳐진 사이로 잉글랜드 왕기(王旗)가 날리는 보다 큰 천막 하나를 보게 되었을 것이다. 실지왕(失地王)이라 불린 존 왕의 천막이다. 그는 프랑스에서 잃은 땅을 찾기 위한 전쟁의 자금 조달을 위해 세금을 올렸다. 반발한 귀족들이 봉기해 런던을 빼앗고, 캔터베리 대주교의 중재로 러니미드에서 왕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는데 그 결과가 대헌장이다.
▷본래 라틴어로 쓰인 대헌장은 처음에는 귀족들의 언어인 프랑스어로 번역되고 그 후 영어로 번역됐다. 13세기 말엽부터는 농민들도 대헌장을 기억해뒀다가 부정의에 항의할 때 인용했다. 1640년대 영국 의회는 찰스 1세를 몰아내는 법적 근거를 대헌장에서 찾았다. 18세기 미국 독립운동의 혁명가들부터 20세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까지 마그나 카르타에 기대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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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