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파장]
사람들의 공포심도 범죄와 마케팅에 악용될 수 있다. 메르스 정보를 전달하는 것처럼 꾸며 개인정보를 탈취해 가는 스미싱 문자(위 사진). 한 인터넷 육아 카페에는 건강식품이 메르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글이 사용후기 형태로 올라와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제공·인터넷 화면 캡처
○ 쌀눈, 마늘, 녹용도 메르스 ‘특효약’
최근 경기 지역의 한 건강식품 제조업체는 자사 홍보 블로그에 ‘메르스 예방·퇴치법’이라는 글을 올렸다. 메르스가 어떤 질병인지 소개하면서 생산 중인 쌀눈과 동충하초 함유 음료를 광고하는 내용이지만 여기에 ‘메르스 예방법’ 등의 제목을 달았다. 업체 측은 “이들 음료는 면역력 증강에 탁월하다”고 밝혔지만 메르스 예방 효과의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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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포털의 육아 카페 등에는 사용후기로 꾸민 ‘메르스 대비’ 제품 홍보 글을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한 육아 카페에는 녹용 성분을 캡슐로 만들었다는 제품을 홍보하면서 메르스의 증상인 발열과 호흡 곤란, 기침을 완화해 준다는 글이 올라왔다. 또 일부 카페에서는 “메르스 바이러스 박멸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며 기존에 생산된 항균 스프레이 제품을 판매했다.
이 제품들이 메르스 예방에 어느 정도 효과를 지녔는지는 검증된 바 없다.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일부 성분이 면역력을 키우는 건 실험으로 입증되지만, 공식적으로 메르스 예방 효과가 입증된 제품은 없다”며 “무턱대고 ‘메르스를 막는다’는 식의 광고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메르스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것처럼 홍보하는 건강보조식품과 공기청정기 업체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 제철 만난 스미싱 범죄
스미싱 범죄도 메르스 확산으로 ‘제철’을 맞았다. 행정처분에 그칠 수 있는 건강식품 과대 광고와 달리 스미싱 문자 유포는 경찰이 수사해 입건하는 범죄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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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인터넷진흥원 등은 스미싱에 사용된 사이트를 바로 차단했지만 메르스를 악용한 스미싱 유포는 앞으로 더욱 잦아질 개연성이 크다. 이정민 인터넷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스미싱 문자는 2월에는 연말정산 안내, 5월에는 청첩장 등 당시 이슈에 맞춰 문구를 만든다”며 “이미 시작된 만큼 다른 스미싱 사기꾼들도 같은 수법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세월호를 키워드로 한 스미싱 문자가 대량으로 유포된 바 있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스미싱과 달리 메르스 유언비어 유포는 총 59건 접수됐지만 13, 14일에 각각 한 건도 접수되지 않는 등 줄어드는 추세다.
김배중 wanted@donga.com·김도형·박재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