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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번 환자, 격리거부뒤 택시 이동… 운전기사 신원확인 비상

입력 | 2015-06-16 03:00:00

[메르스 어디까지]
‘잠재적 슈퍼전파자’ 이동경로 추적




메르스 3차 확산의 ‘뇌관’이 될 수 있는 잠재적 슈퍼 전파자의 행적을 밝혀내기 위해 보건당국이 전방위 추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정확한 동선을 파악해야만 지역사회 감염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추적 과정에는 보건당국과 경찰은 물론이고 금융기관과 이동통신사까지 참여하고 있다.

○ CCTV, 블랙박스까지 분석

서울 수서경찰서 강력5팀은 14일 오후부터 강남구 도곡동의 한 아파트 단지 정문의 폐쇄회로(CC)TV 분석에 매달리고 있다. 이곳은 13일 141번째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A 씨(42)의 자택. 경찰이 CCTV에서 찾는 것은 A 씨가 확진 판정을 받기 직전 강남세브란스병원까지 타고 온 택시다. A 씨는 “응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라”는 보건소의 지침을 무시한 채 택시를 타고 이동한 것이다. 그는 ‘선별진료실’에 격리돼 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도중에도 “내가 메르스에 걸렸다면 다 퍼뜨리고 다니겠다”며 난동을 피우고 탈출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경찰은 A 씨가 탄 택시를 몰았던 운전사의 감염 가능성을 확인하려고 CCTV 분석을 통해 택시번호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A 씨의 휴대전화와 인근 주민의 차량 블랙박스까지 살폈지만 아직 택시번호를 확인하지 못했다. 택시비도 현금으로 지불해 난감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남구 보건소 관계자는 “A 씨가 마스크를 쓰긴 했지만 택시 운전사에게 전파했을 가능성도 있어 신원이 확보되는 대로 격리조치시킬 예정”이라며 “만약 택시 운전사가 메르스 증상이 있으면 A 씨 이후에 택시를 탄 손님들도 격리조치를 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상황에 따라 격리조치 대상자 수가 급증할 가능성도 있다.

잠재적 슈퍼 전파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부산 143번 환자(31)의 이동경로와 접촉자를 확인하는 데도 경찰이 투입됐다. 부산지방경찰청은 15일 143번 환자가 다녀간 수영구의 좋은강안병원 등 병원 4곳과 식당 등의 CCTV 분석을 위해 지방청 과학수사계와 경찰서 직원 5명을 메르스대책본부에 파견했다. 대책본부에는 보건복지부와 부산시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이 협업해 143번 환자의 동선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143번 환자의 접촉자를 빨리 확인하는 게 목적이어서 범죄 수사 때 CCTV 분석 경험이 많은 직원을 선발해 파견했다”고 밝혔다.

○ 신용카드 거래명세도 확인

자체 역학조사반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는 확진환자의 신용카드 결제 명세까지 살펴 동선을 확인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역학조사가 의료기관 방문 위주로 이뤄져 버스, 지하철 등 다중이용시설 방문을 모두 잡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37번 환자(55)가 5일 동작구 보라매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사실도 바로 신용카드 결제 명세 확인을 통해 14일 파악됐다. 137번 환자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이송요원으로 역시 잠재적 슈퍼 전파자로 지목됐다. 김창보 서울시 보건기획관은 “대부분의 환자에게 중앙역학조사반 조사와는 별도로 역학조사를 1번 더 하고 있다”며 “하지만 워낙 과정이 복잡해 1팀당 ‘하루 1건’을 조사하는 것이 한계다”라고 설명했다.

동선 파악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최근 정부는 ‘위치추적팀’을 신설해 통신사가 제공하는 위치추적 정보까지 조회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보완했다. 역학조사반원들은 이 시스템으로 확진환자가 다녀간 장소로 출동한 뒤 CCTV를 확보해 분석하거나 탐문조사를 벌인다. 필요할 경우 가족이나 직장동료들의 진술까지 확보하는 등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김재형 monami@donga.com / 부산=강성명 /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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