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주 IBK기업은행장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말들을 한다. 하지만 대기업을 선호하는 사회 전반의 시선을 생각하면 무책임한 말이 될 수 있다. 꿈이 없다면 중소기업의 냉엄한 현실을 견딜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해야 하는 중소기업은 꿈이 있는 자에게는 다양한 경험을 쌓을 기회지만 그렇지 않은 이에게는 일만 많고 시스템이 열악한 기업일 뿐이다. 실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유학, 고시 준비를 핑계로 퇴사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결국 눈높이를 낮추는 것보다 꿈을 키워 주는 게 먼저다. 청년들에게 큰 성장 기회가 있는 중소기업의 장점을 적극 알려 이들이 꿈을 품게 해 줘야 한다.
작은 기업은 경영의 전반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젊은 시절부터 프로젝트 매니저가 돼 주도적으로 일하고 최고경영자(CEO)를 따라다니며 산전수전을 함께 겪는다. 그러다 보면 한 분야에서 성공한 CEO의 창의적인 노하우를 좀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이들은 고령의 나이에도 사고의 유연성이 뛰어나 배울 점이 많다. 이탈리아 핸드백 공방(工房)에 블라인드 테스트를 제안해 유럽 시장을 개척한 CEO, 비닐봉지 생산에서 시작해 다섯 번의 업종 변경 끝에 매출 1000억 원의 글로벌 중견기업을 키운 CEO 등의 도전 스토리는 청년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불어넣기에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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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중소기업이 먼저 ‘탈(脫) 스펙’에 앞장서고 회사에 필요한 인재를 뽑는 고유의 채용 문화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전자 부품 생산 기업인 일본전산은 ‘밥 빨리 먹고 목소리 큰 사람’을 뽑는 다소 황당한 채용 기준을 갖고 있다. 모름지기 끈기가 있고, 소위 ‘안 되면 되게 하는’ 인재를 고르는, 그들 나름의 방식이다. 창의성이 필요하다면 창의성 테스트를 활용하거나 창업 경험이 있는 신입을 뽑아야 한다. 창의성은 스펙과의 상관관계가 매우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혁신적인 인재가 필요하다면 10년 후 회사를 뛰쳐나갈 의사가 있는 신입이 좋지 않을까. 있는 동안 회사를 키우고, 떠나서는 우호적인 협력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은 “대기업은 프로세스를 배우기에 좋다. 하지만 중소기업에서 일하면 꿈과 열정을 배운다. 서른 전에 중요한 건 회사 규모가 아니라 어떤 상사를 따르느냐이다”라고 했다. IBK기업은행도 더 많은 인재가 중소기업에서 꿈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권선주 IBK기업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