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명再연장 반대여론 수용
1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1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제12차 국가에너지위원회’를 개최하고 고리 1호기의 수명 연장을 신청하지 않도록 한국수력원자력에 권고하는 방안을 심의, 의결할 계획이다. 원전 운영 기간을 늘리려면 운영사인 한수원이 허가 만료 2년 전인 이달 18일까지 정부에 계속운전 신청을 해야 하는데, 한수원은 정부 방침에 따라 신청 자체를 하지 않을 예정이다.
국내 첫 원전인 고리 1호기는 미국 정부의 차관(借款)과 미국 원전회사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을 받아 1971년에 착공해 1978년 4월 상업운전을 개시했다. 2007년 6월에 설계수명(30년)이 종료됐지만 2008년 1월 계속운전 허가를 받아 수명이 10년 연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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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 이상무” 결론났지만… 지역 반대에 ‘국내 첫 원전’ 폐쇄 ▼
그럼에도 산업부와 한수원 측은 안전성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수명 연장을 추진했었다. 산업부 내부에서는 관련법에 따라 일단 수명 연장을 신청한 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심사에 따라 운영 연장 여부를 결정해도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한수원은 최근 내부 의결을 거쳐 계속운전 신청에 필요한 운전변경 허가 신청서와 안전성 평가 보고서를 확정 지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정치권과 부산시, 환경단체 등이 일제히 폐로를 촉구해 정부의 이 같은 의지가 꺾이게 됐다. 당초 야권을 중심으로 반대 움직임이 강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여당에서도 부산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주축이 돼 수명 연장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여 왔다.
새누리당 부산지역 의원들은 9일 국회에서 윤상직 산업부 장관과 간담회를 갖고 “읍참마속 차원에서라도 고리 1호기를 폐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폐로 자체도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만큼 이 기술을 선점해야 한다는 논리를 들기도 했다. 이에 앞서 2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새누리당 부산시당·부산시 당정협의에서 “고리 1호기에 대한 정부 입장을 파악해 보니 부산시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갈 것 같다”며 폐로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부산지역 시민단체 모임인 ‘고리 1호기 폐쇄 부산범시민운동본부’는 11일 부산시청 로비에서 “고리 1호기 폐쇄 결정을 하루라도 미룰 이유가 없다”며 폐로를 촉구하는 농성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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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부 자문기구인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는 이날 사용후핵연료를 영구 처분할 땅을 2020년까지 선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공론화위는 “2020년까지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을 지을 터를 마련하거나 이 조건과 유사한 곳에 지하연구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땅을 선정해 2030년부터 실증연구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전에서 연료로 사용된 뒤 폐기물로 나오는 우라늄 연료 다발이다. 위험물질이라 특수기술을 이용해 지하 수백 m 깊이에서 안전하게 처분해야 하지만 현재는 원전 내 수조 등 임시저장 시설에 보관 중이다. 산업부는 공론화위 권고안을 토대로 올해 말까지 방사성폐기물 관리계획을 확정해 내년부터 터 선정 작업과 특별법 제정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계획이다.
이상훈 january@donga.com·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