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개봉 ‘극비수사’서 金도사역 유해진
평소 코믹한 이미지가 강한 유해진은 ‘극비수사’에서 진중하고 소신 있는 김중산을 연기한다. “조연이 좋다. 어딘가 달려갈 곳이 있다, 여백이 있다는 느낌도 좋다”고 말하는 평소의 유해진과 닮은 면이 많은 역할이다. 영화인 제공
그런 김중산을 연기하기 위해 유해진(45)은 관객의 기대를 배신해야 했다. 코믹 연기로 이름난 그지만 이번엔 웃음기를 덜어냈다. 11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더하기보다 빼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유괴 사건인데 웃기기는 어렵지 않겠어요? ‘담백한 연기’라는 평을 듣고 싶었어요. 아쉽다는 분들도 있던데 그건 다른 작품에서 채워 드리면 되죠. 허허허….”
11일 오후 만난 유해진은 진지하고 차분했다. “이런 성격에 어떻게 고등학생 때부터 극단에 들어가 배우를 했느냐”고 하자 “어릴 때는 활달한 면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그 활달함을 갖고 있으면 이상하지 않으냐. 나이에 맞게 흘러가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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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8일 개봉하는 ‘극비수사’ 외에도 올여름 ‘소수의견’(25일) ‘베테랑’(7월 중)의 개봉도 앞두고 있다. 법대 출신 도사를 맡은 데 이어 ‘소수의견’에서는 변호사, ‘베테랑’에서는 기업 상무를 연기했다. 양아치, 트럭운전사 등을 연기했던 예전과 사뭇 다르다. 이미지 변신을 노리는 걸까. “억지로 그렇게 하려다 오히려 깡통 차죠. 그냥 제가 나이를 먹었다는 얘기일 겁니다. 지금 나이에 제가 양아치를 하면 안 어울리잖아요.”
1999년 ‘주유소 습격사건’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해 15년이 넘도록 그는 한 해에 두세 작품 이상 출연하며 쉼 없이 달려 왔다. 지난해는 ‘해적’으로 800만 관객을 넘겼고 ‘삼시세끼’로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올해로 마흔다섯인 그에게 50대를 물었다. “모르겠어요. 요즘이 두렵기도 하거든요. 일로는 좋은 평을 얻고 있는데 실제로는 잘 살고 있는 건가 고민이 많아졌어요. 너무 예민 떨지 않았나, 그릇이 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꼭 도 닦는 사람 같은 대답이다. 조연보다는 주연을 맡고 싶은 욕심은? 더 강렬한 역할을 맡아 보고 싶은 생각은? “지금도 충분해요. 그냥 이대로 갔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욕심이겠죠. ‘달도 차면 기우나니 얼씨구절씨구 차차차’ 그런 가사 있잖아요. 어찌 됐든 연기를 하면서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네요.”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