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오늘 우리 남편이 나보고 뭐라고 했는지 아니?”
친구가 남편에게 일감을 주기 위해서 일부러 빨래를 개키라고 했더니 “그럼 네가 하는 일은 뭔데?”라고 하더라는 것. 직장에 나가면서 남편의 병간호와 집안일까지 1인 몇 역을 하고 있는 아내에게 그런 투정을 부렸다는 것이 어이없어서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아마 친구의 남편은 오랜만에 자기 손으로 무언가 할 수 있게 된 것이 자랑스러워서 “그럼 네가 하는 일은 뭐냐”며 뻐겨본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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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한 친구는 결혼기념일을 앞두고 남편과 한바탕 싸웠다고 했다. 평생 결혼기념일을 챙기지 않는 남편에게 다른 친구가 받은 결혼기념일 이벤트를 이야기해주었더니 남편은 깨달음은커녕 이렇게 일축해버리더라고 했다. “당신 친구가 미인인가 보지.”
우리는 그 생뚱맞은 반응에 “네 남편 재미있다”고 깔깔거리는 것으로 친구의 서운함을 눙치려 했지만 친구는 말을 예쁘게 할 줄 모르는 남편에게 정말 화가 난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도 있다. 한 할머니가 여든 살 생일파티에서 이혼을 선언했다고 한다. 자식들이 깜짝 놀라 왜 그러시냐고 물었더니 “내가 너의 아버지랑 수십 년을 살면서 빵을 구워 늘 가운데 말랑거리는 부분을 주고 나는 가장자리 딱딱한 것만 먹었는데, 너의 아버지는 한 번도 내게 부드러운 걸 먹어보라고 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식들이 아버지가 너무하셨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할아버지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사실 나는 말랑한 것보다 딱딱한 걸 더 좋아하는데 너의 엄마가 늘 딱딱한 걸 먹기에 달라는 말도 못하고 주는 대로 먹었다”는 것.
황혼이혼을 원치 않는다면 여든까지 버티지 말고 할 말은 하고 살자. 다만 생뚱맞거나 저급한 수준의 말은 피해야 한다. 그나저나 나의 결혼기념일은 지난주였다. 선물도 이벤트도 없이 지나갔다. 이제라도 말을 좀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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