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스위스 엘리베이터 기업 ‘쉰들러홀딩AG’가 유상증자 계획에 반대하고 나섰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한 데 이어 외국계 주주들이 연이어 오너가 있는 국내 기업들의 경영계획에 제동을 거는 형국이다.
쉰들러는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주주들에게 지속적으로 손해를 가져오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현대엘리베이터는 4월 29일 이사회를 열어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2645억 원 상당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2011년 이후 다섯 번째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최근 4년간 총 30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 올해 만기가 되는 부채를 상환한 뒤에도 현금 잔액이 안정적인 수준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운영자금 확보’라는 명목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광고 로드중
이와 관련해 현대엘리베이터는 “쉰들러가 지분 취득 후 지속적으로 인수 의도를 가지고 경영 방침에 반대해 왔고 이번도 그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며 “이번에 쉰들러가 밝힌 내용은 이미 공시를 통해 그간 투명하게 밝힌 내용들이며 회사의 경영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쉰들러는 2006년 3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취득하며 ‘경영 참여’가 목적이라고 밝혔고, 이후에도 수차례 소송과 기자회견 등을 통해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 계획을 반대한 바 있다. 9일 현재 현대엘리베이터의 최대주주는 현정은 회장 및 특수관계인으로, 현 회장 9.7%와 현대글로벌 9.7% 등을 합쳐 31.2%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쉰들러의 지분은 21.5%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