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채이상 단지 비리방지’ 도입 일부 지역선 “관리비 인상 주범”… 주민 3분의2 동의얻어 감사 회피 회계업계는 비용 놓고 줄다리기… “수임료 낮아 부실감사 가능성 커”
아파트 관리비 비리를 막기 위해 300채 이상 공동주택에 도입된 외부회계감사 의무화 제도가 시행 첫해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A아파트처럼 관리비 인상을 우려해 이를 피하려는 아파트 단지가 늘고 있어서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300채 이상 아파트는 10월 31일까지 외부회계감사를 받아야 하지만 입주민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그해 외부감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러다 보니 A아파트처럼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업체가 입주민들에게 외부감사를 받지 말자고 독려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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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비는 인상되고 있지만 감사 내용은 자체감사 때보다 나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 전국아파트연합회 광주지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광주의 D아파트(650가구)는 1월에 A회계법인에서 80만 원, G아파트(514가구)는 3월에 B회계법인에서 1200만 원을 들여 각각 감사를 받았다. 하지만 두 단지의 감사 의견을 보면 문구 하나 다르지 않고 똑같아 회계법인들이 형식적으로 감사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연합회는 지적했다.
회계업계는 회계업계대로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과 감사비용, 수위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다 보면 비용이 너무 낮아져 부실감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손성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막상 수임료가 기대보다 낮은 탓에 건성으로 일한 뒤 ‘적정’ 의견을 내는 공인회계사가 나올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당초 회계감사 시장이 커진다며 환영했던 회계업계가 이제는 아파트 회계감사를 ‘계륵’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관리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만큼 지방자치단체 등이 제도 정착을 위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감시팀장은 “각종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외부회계감사의 가이드라인을 더 면밀하게 마련해야 한다”며 “지자체가 감사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