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덕·산업부
7일 SK하이닉스가 발표한 ‘상생협력 임금공유 프로그램’에 대해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이 내놓은 평가다. 이 프로그램은 SK하이닉스 임직원들이 임금 인상분 일부를 내놓으면 회사도 그만큼을 적립해 협력사 임직원들을 위해 쓰겠다는 것이다.
배 본부장은 “지금까지는 협력사 임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하려면 원청업체 근로자들의 임금을 깎아야 한다는 이분법적 시각이 강했다”며 “SK하이닉스의 임금공유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노노(勞勞) 갈등 해결과 분배 구조 개선을 동시에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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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이번 실험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또 있다.
글로벌 시장에선 지금 ‘기업’이 아닌 ‘기업 생태계’(대기업과 협력업체들을 모두 합한 것) 단위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로서는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 환율 리스크 등 대외적 악재보다 ‘노노 갈등’이 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정년 연장 이슈 등으로 세대 간 일자리 쟁탈전마저 벌어지고 있다. 이런 때 SK하이닉스 노조가 협력사와의 ‘동행’에 함께 발 벗고 나섰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관건은 SK하이닉스 식(式) ‘노노 상생 모델’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느냐다. 올해 SK하이닉스 협력사 직원 4000여 명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금액으로 따지면 60억∼70억 원이다. 협력사 직원들이 피부로 느끼기에는 부족해 보이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 노조가 이번 합의를 4, 5년은 뚝심 있게 지켜나가야 “보여주기를 위한 일회성 이벤트”라는 일부 곱지 않은 시선을 완벽히 걷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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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암흑기를 거쳐 실적 개선을 이룬 SK하이닉스가 노동계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길 기대해 본다. 일단 출발은 좋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