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이렇게 막아라/정부-지자체 협력]중구난방 대응 그만
복지부-서울시 갈등 봉합 7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브리핑룸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이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있다. 이날 복지부와 서울시 경기도 충남도 대전시 등 4개 지자체는 메르스 대응을 위한 중앙과 지자체 간 실무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세종=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SNS에 아파트, 자녀 학교까지 공개
4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35번 환자의 구체적인 동선을 공개한 뒤 염태영 경기 수원시장, 김만수 부천시장 등이 공식 브리핑을 통해 환자 정보를 발표했다. 부산시도 6일 보도자료를 낸 뒤 7일 서병수 시장이 직접 브리핑을 했다. 이들 단체장이 발표한 내용은 지역주민의 양성 판정 사실과 구체적인 동선 등으로 비슷했다.
그러나 해당 아파트단지는 주말 내내 뒤숭숭했다. 일요일인 7일 단지 내 도로나 근처 상가에는 주민들의 발길이 뜸했고, 마스크를 쓴 주민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아파트관리사무소에는 밤새도록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주민들은 “몇 호에 사는지는 왜 공개하지 않느냐” “같은 단지에 의심환자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대다수가 불안에 휩싸여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확진도 아닌 양성 판정인데도 자녀의 학교까지 공개한 것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에 격리된 한 의사는 “환자를 치료해줬다는 이유로 개인 신상이 다 까발려지는 상황에서 어떤 의사가 적극적으로 전염병 진료에 나서겠느냐”고 말했다.
○ 정보 공개, 기준이 없다
정부와 지자체가 환자가 이용한 의료기관이나 동선을 공개 또는 비공개하는 것은 법적인 기준이 아닌 정책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7일 “병원명을 공개하면 주민들이 막연한 공포심으로 ‘저 병원 가지 말아야겠다’, 의료기관은 ‘메르스 의심환자를 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 지역 내 의료 공백이 생길 수 있다”며 그동안 병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던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메르스 방역에 최고의 처방약은 바로 투명성이라고 생각한다. 초기 정부 대응의 실패는 바로 비밀주의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 정확한 정보 공개가 가장 중요
영국은 2009년 신종플루 발병 당시 환자들이 △가면 될 곳과 안 될 곳 △환자가 발생한 병원 명단을 즉시 공개했다. 해당 정보는 집집마다 배포됐다. 한미정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의학상식, 지역, 병원명의 오류가 결합돼 잘못된 정보를 생산하는 것이 더욱 문제”라며 “환자 개인정보가 아닌 병원명과 지역명을 공개해 ‘경보’를 울리는 수준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병원이나 지자체에 신속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종구 서울대 글로벌의학센터 교수는 “삼성서울병원이 14번 환자를 걸러내지 못한 것은 정보 공유가 늦었기 때문”이라며 “대국민 공개에 앞서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병원이나 일선 보건소를 관할하는 지자체에 정보를 빠르게 제공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 / 성남=남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