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무 심는 마음’ 펴낸 조상호 나남출판 대표
“나이가 들면서 더욱 아름다워지는 것은 나무밖에 없는 것 같다”는 조상호 나남 대표. 나남 제공
출판사가 경기 파주시에 새로 자리 잡은 뒤 4년쯤 지난 2008년 조 대표는 출판사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경기 포천시 신북면 갈월리에 나남수목원을 꾸몄다. 살던 서초동 집을 팔고, 빌딩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등 수목원을 만들기 위한 그간의 노력이 만만치 않았다. 집 앞에 있던 앵두나무를 비롯해 잣나무 참나무 소나무 벚나무 등 4만여 그루가 20만 평 땅에 심어졌다.
조상호 대표가 서울 서초동 주택에 심었던 앵두나무가 나남수목원 호숫가로 옮겨 정착했다. 나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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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가꾸는 일보다 조금 더 오래 책을 가꿔온 그다. 조 대표는 “책을 만들면서 얻은 것은 사람”이라면서 “좋은 사람, 좋은 저자들 옆에 계속 있으면서 많이 배워왔다”고 했다. 조지훈 선생, 김민환 고려대 교수, 이윤기 소설가 등 그가 교류한 저자들과의 일화와 추억도 책에 실렸다. ‘시장에 내다파는’ 상품이지만 책에는 사람과의 인연이 담겨 있으며, 저자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이 성장했듯 독자도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도 크다고 조 대표는 말했다. 그는 올가을 수목원에 991m²(300평) 규모의 ‘책 박물관’을 세운다. 이곳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무에서 얻은 종이로 책을 만드는 이에게 나무 심는 일의 의미가 예사롭지 않을 듯했다. 조 대표는 “나무를 키우다 보니 지구의 주인은 나무고, 인간은 그저 자연의 일부일 수밖에 없다는 걸 절감하게 된다. 이 깨달음에 기쁘게 승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말 못하는 놈들인 것 같은데 나와는 말이 통합디다”라며 껄걸 웃었다. “넝쿨이 감겨 올라온다고, 벌레가 괴롭힌다고 (나무가) 힘들다 합니다. 그럼 내가 이렇게 저렇게 손을 봐줘요. 그러면서 나도 답답한 속내를 얘기해요. 나무가 그걸 다 들어줍니다. 마음을 쏟으면 크게 돌려줘요. 그게 자연입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