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농업관리체제 도입… 2년 연속 풍년 누린 북한 공업개혁 신호탄인 기업소 독립채산제 돌연 연기 외국회사에 대한 압력도 증가 김정은? 수구파 원로? ‘개혁 감속’ 누구의 생각일까
안드레이 란코프 객원논설위원 국민대 국제학부 초빙교수
북한 개혁의 첫걸음은 농업 부문에서 2013년 초부터 농가를 중심으로 한 농업관리체제를 도입한 것이다. 그 덕분에 2013년과 2014년 모두 풍년이었다.
식량난을 오랫동안 극복하지 못한 북한과 같은 나라에서 농업개혁을 먼저 시작한 것은 합리적인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논리에 따라 농업에서 첫 성공을 이룬 다음 공업개혁을 시작할 것이다. 예측대로 김정은 정권은 공업개혁을 위한 준비를 작년부터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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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채산제에 따르면 당과 국가로부터 임명된 기업소 경영자들은 시장경제에서나 가능했던 자율성을 부여받는다. 부속품과 재료를 시장가격으로 구매할 수도 있고, 완성품을 직접적으로 시장가격에 팔거나, 혹은 노동자들을 필요에 따라 고용하거나 퇴직시킬 수 있는 권리 또한 얻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독립채산제는 시장화와 민간화, 두 방향으로의 중요한 걸음이다.
작년 말까지 북한의 학자와 간부들은 비공식적으로 이런 체제가 2015년 초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올해 봄부터 필자의 소식통들은 입 모아 공업개혁은 약속한 대로 되지 않았다고 얘기하기 시작했다. 북한에 독립채산제를 실시하는 기업소들은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다수의 소식통을 통해 들은 바로는 북한의 기업소들은 김일성 시대처럼 시대착오적인 중앙계획경제의 규칙에 의해 여전히 관리되고 있다.
공업 부문에서 관리개혁이 연기된 동시에 투자 유치 부문에서도 보이지 않는 어려움이 늘어나고 있다. 북한에서 비교적 오랫동안 사업을 해 온 외국인 투자자들은 요즘 북한 당국자들이 외자 유치에 더 많은 논의를 하는 한편, 외국 회사에 대한 압력도 더 많이 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원래는 언급되지 않았던 세금이나 임대료를 달라고 하기도 하고, 새로운 규칙을 부과하며 그렇지 않아도 힘든 해외 송금을 더욱 까다롭게 만들었다.
특히 이 같은 압력의 대상은 중국인 투자자들이다. 결국 필자가 잘 아는 대북 사업가들 가운데 몇몇은 북한과의 사업을 포기하거나 사업 규모를 크게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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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정권이 몇 개월 전에 개혁의 속도를 줄이기로 결정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 이유가 김정은 개인 생각인지, 혹은 수구파 원로들의 저항 때문인지, 아니면 개혁이 초래할 결과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는 알 수가 없다.
물론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북한 정권이 2012년 여름 농업개혁을 시작했을 때도 모든 준비를 갑자기 멈춘 채로 2013년 봄까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전례가 있다. 공업개혁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밟을 수도 있다.
북한 정권은 농업 부문에서 개혁을 포기하지 않았다. 올해 농가부담제가 확산될지는 알 수가 없지만 실시될 것은 거의 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 속도의 갑작스러운 둔화는 좋은 소식이 아니다. 북한이 개혁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곧 서민의 고생, 군사 도발, 군국주의의 첨예화, 그리고 최후 위기 및 붕괴의 길이다.
안드레이 란코프 객원논설위원 국민대 국제학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