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연수파견 프로그램 강화
당황할 새도 없이 ‘우리은행이 캄보디아 현지 서민금융회사 ‘말리스’를 인수하게 됐으니 직원들의 근무현황과 운영방식 등을 살펴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지난해 6월 캄보디아 프놈펜에 도착한 이후 박 차장은 매일 아침이면 말리스로 출근해서 직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캄보디아 금융당국에 인수 승인을 위한 서류를 제출하는 것도, ‘우리파이낸스 캄보디아’로 바뀐 새 사명의 간판을 갈아 다는 등의 살림살이도 그의 몫이었다. 그는 올 2월 아예 캄보디아로 발령이 났다.
과거 은행 직원들에게 해외지점은 ‘잠시 나가서 쉬었다 오는 곳’으로 통했다. 교포나 현지 진출 기업들을 대상으로 손쉬운 영업을 벌이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국내 수익성이 떨어져 은행들이 해외 진출에 사활을 걸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나가서 쉴 직원이 아니라 곧장 영업전쟁을 벌일 수 있는 ‘전투력’ 높은 직원들을 키우기 위해 은행들은 각종 연수 및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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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지난해부터 글로벌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인 GFM(Global Frontier Master)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 최고 12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40명의 직원이 선발돼 올해 4월까지 교육을 받았다. 박철곤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송승환 PMC프로덕션 대표 등이 강사로 나섰고 토요일에는 한국외국어대 어학당에서 8시간씩 집중 언어교육이 이어졌다.
신한은행도 대리급 이하 젊은 직원을 대상으로 해외지점 연수파견 제도를 운영 중인 데 이어 올해 글로벌 아카데미 연수제도를 신설했다. KB국민은행도 2013년 글로벌 인력양성 체계를 개선해 연간 10∼12명을 해외로 파견하고 있으며 파견 인원 확대를 계획 중이다.
은행들이 이렇듯 직원들의 글로벌 역량 강화에 ‘올인(다걸기)’하고 나선 것은 해외 진출이 그만큼 절박해졌기 때문이다. 저성장·저금리 기조로 국내에서 수익을 올리기 어려운 만큼 해외에서 먹거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게 금융권의 인식이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