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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경마장 마권발매에 주민반발

입력 | 2015-05-31 16:22:00


“학교 앞 200m에 도박장이 웬말이냐!” “도박장 막아내어 교육환경 지켜내자!”

31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의 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 ‘렛츠런CCC용산’ 건물 앞. 주민과 시민단체로 구성된 ‘용산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원회’와 성심여중·고 학생 등 100명(경찰 추산)이 모여서 이 같은 구호를 외쳤다. 이날은 한국마사회가 올해 1월 22일 개장한 화상경마장에서 마권(馬券) 발매를 시작한 날이다. 대책위는 건물 앞에 초록색 천막 두 개를 설치한 뒤 ‘경마도박장 추방’ 등의 깃발을 들고 마사회의 발매 개시에 항의했다.

현행 학교보건법은 학교 200m 반경인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에서는 화상경마장 등 유해시설을 설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렛츠런CCC용산은 가장 인근에 위치한 학교인 성심여고로부터 235m 떨어져 있지만, 주민들은 주거환경과 학습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며 화상경마장 개장에 반발해왔다. 대책위는 지난해 1월부터 인근에서 노숙농성도 하고 있다.

이원영 대책위 공동대표는 “학교 200m 반경에 대한 규정을 500m나 1㎞로 바꾸는 학교보건법 개정안, 화상경마장을 확대·이전 설치할 땐 반드시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도록 하는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법이 개정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앞, 주택가, 도심 한복판에 화상도박장을 개장하는 것은 반문명적, 반사회적 범죄행위다. 개인의 영혼을 짓밟고, 수없이 많은 국민들을 도박 중독자로 몰아가고, 가정과 지인과의 관계까지 파탄내는 일이 범죄가 아니면 뭐겠느냐”고 주장했다.

이날 시민단체 회원과 시의회 의원 등 약 10명이 렛츠런CCC용산 건물 입구 앞 계단에 앉아 ‘경마장 고객 여러분, 여기는 학생들의 통학로입니다. 제발 부탁합니다’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지만, 별다른 충돌은 발생하지 않은 채 경마장 고객들이 입장했다.

마사회 측은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상생협의회’를 구성해 렛츠런CCC용산의 운영현황을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학습권 침해 논란 등 주민들의 우려사항들을 해소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과 주민들은 마사회가 화상경마장을 아예 철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박은서 clue@donga.com·이샘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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