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상가 상인들 반대로 무산됐던 동인천 우현-참외전로 2곳에 설치 거동 불편한 노인 안전하게 길건너
양산을 펼쳐 든 할머니들이 최근 중구 답동성당 앞 도로에 설치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신호등 옆 가로수 사이에 횡단보도 설치를 환영하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걸려 눈길을 끈다. 인천경찰청 제공
인천지방경찰청은 17일 하루 4만5000여 명이 이용하는 동인천역을 연결하는 우현로(길이 640m)와 참외전로(430m) 구간에 신호등과 횡단보도 2개(동인천역, 답동성당 앞)를 설치했다.
이들 도로가 관통하는 동인천동과 신포동 일대의 인구는 1만2000여 명에 이른다. 특히 60세 이상이 2530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한다. 장애인도 780여 명이 살고 있다. 하지만 1970년대 인천에서 처음으로 지하도상가가 조성된 뒤 700여 개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는 이유로 인근에 횡단보도를 설치할 수 없었다. ‘육교나 지하도가 설치된 곳 주변 200m 구간 이내에는 횡단보도를 설치할 수 없다’는 도로교통법상 횡단보도 거리 제한 규정과 영업 피해를 우려한 상인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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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014년 이들 도로에서 무단으로 길을 건너다가 교통사고 25건이 발생해 65세 이상 노인 7명을 포함해 27명이 중경상을 입기도 했다. 결국 2013년 12월 한 주민이 국가인권위원회에 ‘횡단보도를 설치해 안전한 보행환경을 조성해 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인권위는 경찰에 횡단보도 설치 권고안을 내려보냈다. 이듬해부터 지하도상가 상인들은 1000여 명이 서명한 반대 의견을 청와대에 보내는 등 반대운동에 나섰지만 경찰은 더이상 주민 불편을 외면할 수 없었다.
경찰은 지난달 인천시와 중구, 주민과 상인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동인천역 주변 보행환경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횡단보도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민과 “유동인구가 줄어 영업에 막대한 피해를 본다”는 상인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경찰은 ‘지하도상가 인근이라도 보행자의 안전한 통행을 위해 예외적으로 횡단보도를 설치할 수 있다’는 규정과 함께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을 설명한 뒤 상인들에게 협조를 부탁했다. 또 이들 도로 2곳에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안건을 ‘교통안전시설 심의위원회’에 상정했다.
심의위원들은 현장조사를 한 뒤 8일 횡단보도 설치안을 통과시켰다. 라성환 인천지방경찰청 교통계장은 “교통 정책의 흐름이 노인과 장애인, 어린이와 같은 교통 약자의 안전한 보행권을 우선적으로 보장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며 “경인전철 부평역과 주안역 등 나머지 6개 지하도상가 권역에도 횡단보도를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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